80년 전 핵실험장에서 바치는 핵무기 폐지 위한 기도

(가톨릭평화신문)
제2차 세계대전 중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이끈 무기 연구소와 맨해튼 프로젝트의 본거지. OSV
 
미국 의회 도서관이 제공한 자료사진으로 맨하튼프로젝트 중 하나로 비키니 환초(마셜 제도)에서 행해진 핵무기 실험 중 버섯 구름이 솟아오르는 모습.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대교구(교구장 존 웨스터 대주교)가 교구민들에게 핵무기 폐지를 위한 기도를 특별히 당부했다. 미국 뉴멕시코주는 80년 전 인류 최초의 핵실험 ‘트리니티 실험’이 진행됐던 곳으로, 핵실험 80주년을 맞아 교구가 진정한 핵 폐기를 위해 기도를 청한 것이다.

교구는 14일(현지시간) ‘핵 시대의 80주년’이란 주제 서한을 발표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5년 7월 16일 최초의 원자폭탄 실험 80주년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당시 핵실험은 뉴멕시코주 로스 알라모스 기지 내 호르나다 델 무에르토 사막에서 진행됐다.

트리니티 핵실험 당시 폭탄의 진동은 반경 160마일(약 256㎞) 밖에서도 감지됐으며, 근방엔 50만 명이 거주 중이었다. 주민 대부분 히스패닉 혹은 아메리카 원주민이었다. 폭발 후 피폭 후유증이 보고됐으며, 인근 주민들은 핵폭발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받지 못했다고 보고된 바 있다.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대교구장 존 웨스터 대주교. OSV


교구는 “웨스터 대주교께서 16일 오전 5시 29분 뉴멕시코주 내 교회가 일제히 종을 울리며 핵무기 철폐와 평화를 위한 기도를 봉헌하기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16일 오전 5시 29분은 80년 전인 1945년 7월 16일 트리니티 핵실험 중 폭발이 일어난 시각이다.

교구는 “성직자들은 16일 가르멜 산의 성모 축일에 미사를 거행 시 보편지향기도로 평화와 핵무기 근절을 위한 기도를 바치길 바란다”며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야말로 핵전쟁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바라는 교회의 희망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웨스터 대주교는 라스 크루세스교구장 피터 발다키노 주교, 갤럽교구장 제임스 월 주교와 함께 16일 오전 5시 29분 핵실험 장소에서 당시 기지 인근 주민 및 후손 등과 함께 기도를 봉헌했다. 교구는 “웨스터 대주교께서 세계에 전염병처럼 퍼진 전쟁의 종식과 핵확산 억제를 위한 기도를 봉헌했다”고 설명했다. 월 주교는 뉴멕시코주 매체에 성 요한 23세 교황의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를 언급하며 “그리스도인은 (핵 확산 억제를 위해) 계속 기도해야 한다”며 “우리 국민들에게도 기도를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웨스터 대주교는 원폭 피해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자 노력해온 성직자다. 지난해 일본 나가사키에서 열린 가톨릭평화포럼에 참석했으며 지난 3월에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국원폭피해자와의 간담회에 자리했다. 웨스터 대주교는 “한국 원폭피해자를 알리는 데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