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남부 돌턴 소재의 집이 손바뀜돼 역사적 랜드마크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돌턴시는 8일 돌턴 이스트141번가 212번지를 37만 5000달러(약 5억 2000만 원)에 낙찰받았다. 지난 5월 15일 첫 경매가 개시된 지 약 두 달 만이다. 해당 주택은 1949년 지어진 벽돌집으로 침실 3개와 욕실 3개가 있으며 면적은 116㎡다. 이 집은 교황이 어린 시절 살았던 곳으로 선친 루이스 프레보스트씨가 1996년 이 집을 처분한 뒤 두 번 더 손바뀜됐다.
새롭게 이 집을 매입한 돌턴시는 시카고대교구와 협력해 역사적 랜드마크로 보존할 의향을 내비쳤다. 제이슨 하우스 돌턴 시장은 미국 방송매체 CBS에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며 “우리는 옳은 일을 했고, 돌턴시는 정기 도로 순찰 등 주택 및 마을 보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주택의 관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운영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돌턴시에서 해당 주택을 매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재정 손실 때문이다. 돌턴시는 부흥한 자치단체였지만, 1980년대 이후 쇠락해 현재 주민 1인당 연평균 소득은 2만 9776달러(약 4100만 원)로 추산된다. 미국 1인당 연평균 소득 약 6만 5000달러(약 9000만 원)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고, 주민 20%가 저소득층이다. 돌턴시가 세금 낭비를 한다는 이유로 매입 금지 가처분 신청도 제기됐지만 연방법원이 이를 기각했고, 이달 초 돌턴시의회는 만장일치로 해당 주택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우려에 하우스 시장은 “비용은 회수될 것”이라며 “오히려 이 집 보존은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카고대교구를 비롯해 여러 재정적 후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많은 곳에서 재정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시 법률대리인 버트 오델슨 변호사는 SNS를 통해 “미국 전역에서 후원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교황의 유년기 집을 많은 사람이 방문해 돌턴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오델슨 변호사는 미국 가톨릭통신(CNA)과의 인터뷰에서 “집을 매입하면 돌턴시는 비영리 자선단체를 설립해 주택을 보존하고 시를 활성화하기 위한 기금을 모금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교황의 이전 거주지를 랜드마크로 조성하는 것은 이번 사례뿐만 아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거주했던 아파트가 1984년 박물관으로 개관됐다. 인구 1만 7500명에 불과한 폴란드 바도비체에 매년 약 20만 명이 이곳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