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의 비극] "참혹한 굶주림에 눈을 뗄 수 없다"

(가톨릭평화신문)

영양 실조에 걸린 어린 아이를 안고 있는 팔레스타인 이주 어머니. 바티칸 뉴스


최근 바티칸 뉴스가 전한 이 한 장의 사진이 세계를 울리고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가자 시로 이주한 어머니 사만 마타르가 영양실조에 걸린 아들 유세프를 안고 있다. 어머니는 먹지 못해 앙상한 뼈만 남은 아이의 몸을 두 손으로 감싸며 체념한 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벽에는 아이가 그린 그림인 듯, 배가 불룩한 동물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밑에 두 팔을 든 채 또 다른 아이가 누워있다. 
 

영양 실조로 숨진 아이의 시신을 안고 걸어가는 가자지구 아버지. 바티칸 미디어


영양실조로 숨진 아기를 안고 아버지는 어디론가 걸어간다. 아버지의 슬픔과 고통이 짙게 배 있다. 누가 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나? 이스라엘의 폭탄과 총탄보다 더 큰 공포가 지금 가자 시를 공습하고 있다. 바티칸 뉴스 부편집장 마시밀리아노 메니케티가 바티칸 뉴스에 전한 가자의 모습은 ‘참혹한 굶주림’의 현장이었다. 그는 '눈을 뗄 수 없다'며 이렇게 전했다.
 

기아로 숨진 아이의 시신을 가자 지구의 한 아버지가 들고 있다. OSV 


"아이들은 소리 없이 죽음을 맞는다. 아이들은 더는 울지 않는다. 노인들은 더 이 이상 버틸 수 없다. 어른들은 더는 걷지 않는다. 지치고 숨이 차고 기진맥진해 심장은 뛰는 것을 멈춘다." 울고 절망할 힘조차 없는 굶주림에 갈 수도 없고, 갈 곳도 없기 때문이다.
 

한 가자지구 소년이 애타게 음식을 구하고 있다. OSV


레오 14세 교황은 전 세계 정치 지도자들에게 이렇게 묻고 또 묻는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요? 전쟁의 야만성을 멈추기 전에 무엇을 더 목격해야 하나요?" 가자에서는 매일 절규가 터져 나온다. 우크라이나, 수단, 미얀마, 예멘 등 전쟁 중인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배급소에서 필사적으로 음식을 배급받고 있는 가자지구 주민들. OSV


가자는 지금 이스라엘에 의해 봉쇄되고 있다. 무장 정파 하마스가 구호품을 탈취한다는 이유에서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5월부터 미국과 함께 턱없이 부족한 제한적 배급을 시행하고 있다. 남녀노소가 굶어 죽어가는 반인륜적인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견딜 수 없고 도덕적으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만행이다.
 

배급받은 음식 앞에 있는 아이들. OSV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전쟁이 시작된 "2023년 10월 이후 28일까지 굶주림으로 14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88명이 어린이다. 어린아이들을 위해 음식을 구하려고 배급소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던 부모와 형제자매들도 목숨을 잃었다. 십 대의 학교 친구들은 시신을 바라보며 울부짖는다. 그릇과 냄비를 꼭 쥐고 온 힘을 다해 내미는 가냘픈 손들이 애처로움을 넘어 공포로 변하고 있다. 
 

이스라엘 남부와 가자를 잇는 국경에서 수송을 기다리는 인도적 지원 물품. 바티칸 미디어


이스라엘이 포위한 가자에서 전 세계 구호 활동가들은 인도주의 통로를 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총격의 위험을 무릅쓰고 식량을 찾아 헤매는 가자 주민들의 비참함을 속속 전하고 있다. 인도주의 단체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집단 학살(제노사이드)을 자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서서히 진행되는 또 다른 형태의 '홀로코스트'라는 것이다.

 

식량 배급을 받기 위해 아우성 치는 가자지구 주민들. OSV


소식을 전한 편집장 기자는 바티칸 뉴스에 이렇게 호소한다. "굶주림의 참상이 시시각각 영상과 소리로 기록되고 전해지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빈곤으로 죽어간다. 그러나 디지털 첨단 기술도 이들의 고통을 기록할 뿐 치유하지는 못한다."비인간적인 인도주의적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무관심은 선택지가 될 수 없다. 고통에 무감각하거나 외면해선 안 된다."
 

가자지구의 한 여성이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고 있다. 바티칸미디어


"우리는 모두 평화, 환대, 대화, 형제애 그리고 희망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도록 부름 받았다. 우리는 생명과 존엄성을 외치고 공동의 선을 증진할 수 있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고 은총이다. "원조, 중재, 지원을 더 큰 목소리로 외치고 행동해야 한다. 정치 지도자와 정부에 침묵하지 말 것을 촉구해야 한다."

"인도적 지원 통로를 열고 평화를 구축하는 외교 활동 강화가 절실하다. 평화는 단순히 말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실천해야 실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