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7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가톨릭계 학교 성당에서 발생한 무차별 총격으로 숨진 하퍼 모이스키(10, 왼쪽)와 플레처 메르켈(8, 오른쪽). OSV
지난 8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아눈시에이션(Annunciation, 주님 탄생 예고) 가톨릭 학교 총격 사건의 희생자들을 ‘새로운 순교자’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워싱턴주 휘트워스대학에서 중국 교회사를 가르치는 앤서니 클라크 교수는 “8월 27일 총격으로 숨진 10살 하퍼 모이스키양과 8살 플레처 메르켈군은 가톨릭 신앙을 지닌 어린이들을 학살하기 위해 총을 쏜 사람에게 죽임을 당했다”며 “이는 교회 신앙에 대한 증오를 품은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총격 사건의 희생자들은 8월 27일 학교 성당에서 미사에 참여하던 중 살해당했다. 미사에는 전교생이 참여하고 있었으며, 범인은 건물 밖에서 좁은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통해 수십 발을 난사했다. 이 사건으로 2명의 어린이가 숨지고 18명이 다쳤다. 총격범은 자신을 여성으로 믿는 로버트 웨스트먼(23)씨였다. 과거 이 학교에 다녔던 그는 자신의 후배들에게 총을 난사했고, 범행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클라크 교수의 주장을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매사추세츠주 웨스트필드 주립대학 역사학과 존 뎀프시 교수는 “이번 사건은 범인의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일 뿐 교회에 대한 박해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워싱턴 DC에 있는 가톨릭대학의 역사와 조직신학 교수 스티븐 페인(가르멜회) 신부도 “현재 범인의 동기가 불확실하므로, 신앙에 대한 증오로 총격을 가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순교자에 대해 “신과 사랑으로 결합된 그리스도,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그리스도교 신앙의 진리, 그리스도교 교리의 진리를 증언한다. 순교자는 용기 있는 행동으로 죽음을 참아 받는다”(2473항)고 정의하고 있다.
교황청 시성부 새순교자위원회 위원장 바피오 파베네 대주교는 이같은 주장들과 관련해 “이 사건과 관련해 우리에게 총격 사건의 희생자들을 신앙의 증인으로 제시한다면, 우리는 이를 검토해 순교자 목록에 포함할 수 있는지 알아볼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이 위원회가 ‘순교자’로 인정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교회가 시복시성을 통해 순교자를 인정하는 것과는 다르다. 안드레아 리카르디 부위원장은 “우리는 교회 심장부인 교황청에서 순교자들의 이름과 이야기를 보존해 그들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