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들 ‘세속적·종교적 정의의 임무’ 성찰

(가톨릭평화신문)
레오 14세 교황이 20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포프모빌에 탑승해 정의의 희년을 맞아 순례에 나선 법조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OSV


전 세계의 법조계 종사자들이 20일 ‘정의의 희년(Jubilee of Justice)’을 맞아 바티칸을 순례했다.

교황청에 따르면 20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희년 행사에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유럽 국가를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브라질·아르헨티나·페루·나이지리아·호주 등 전 세계 100여 개국 1만 5000여 명의 순례자가 모여 ‘정의’의 본질과 이를 지켜가는 일에 종사하는 이유를 성찰했다. 이번 순례에는 판사·검사·변호사·법학자 등 세속 법을 다루는 이들은 물론, 교회법 등 각 종교계 내에서 법과 정의를 다루는 이들도 함께했다.

이날 오전 광장에 모인 순례자들은 고해성사에 참여한 후 교황청 복음화부 장관 직무대행 리노 피시켈라 대주교의 환영을 받았다. 이어 교황청 교회법부 차관 후안 이냐시오 아리에타 오초아 데 친체트루 주교가 ‘희망의 도구로서의 정의의 운영자(the Operator of Justice as an Instrument of Hope)’를 주제로 마련한 강의에 함께하며 법조인이자 신앙인으로서 세속적·종교적 정의를 지켜가는 임무에 대해 숙고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20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정의의 희년 행사에서 희년을 맞아 로마를 찾은 사무엘 알리토 주니어 미국 대법관의 알현을 받고 있다. OSV


희년 행사의 핵심은 정오에 마련된 레오 14세 교황 알현 자리였다. 교황은 전 세계에서 모인 법조인을 향해 “하느님을 향한 시선을 잃지 않으며, 정의와 법, 그리고 모든 사람의 존엄성을 온전히 존중하며 정의를 지켜나갈 것”을 촉구했다.

교황은 “정의는 사회의 질서있는 발전과 모든 남녀의 양심을 이끌어내는 핵심 덕목”이라며 “여러분은 형제애를 바탕으로 인류의 공존을 도모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부름 받았으며, 이는 기계적으로 법을 적용하거나 재판관으로서 업무만 수행하는 ‘절차적 측면’에만 국한되어선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또 “교회는 정의가 무엇보다 이성과 신앙을 바탕으로 ‘하느님과 이웃에게 마땅히 주어야 할 것을 주는 변함없고 확고한 의지’라고 가르치고 있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정의를 추구한다는 것은 각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인간관계에서 공동선을 바탕으로 조화를 이루며 억압당하고 배제된 약자들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순례자들에게 개인적 측면을 넘어 국가적·국제적 관계 속 정의에 관해서도 생각해보자고 초대했다. 교황은 “정의의 가치를 다루는 오늘 자리는 정의의 한 측면, 즉 삶의 조건이 너무 불공평하고 비인간적이어서 진정한 정의가 실현되기를 갈망하는 수많은 나라와 민족들의 현실에 대해 성찰하는 자리이기도 하다”며 “‘정의 없는 국가는 국가라 할 수 없다’고 전하신 성 아우구스티노의 말씀을 기억하며 정의의 실천을 국민을 위한 봉사로서 표현하자”고 당부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