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생명 대행진에 참가한 한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다. ‘March for life UK’ 페이스북 캡처
역대 최대 규모의 생명대행진이 6일 낙태 허용국인 영국에서 열렸다. 교황도 메시지를 통해 생명과 인간 존엄의 가치를 거듭 전했다.
생명대행진은 ‘모든 인간을 위한 인권’을 주제로 런던 웨스트민스터 주교좌 대성당 인근에서 시작해 영국 의회 근처에서 마무리됐다. 축제 분위기 속에 이뤄진 행진에는 가톨릭 주교와 사제·수도자를 비롯해 다양한 배경과 국적을 가진 1만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인권은 임신과 동시에 시작된다” “생명은 태아도 예외가 아니다” “낙태는 심장 박동을 멈추게 한다” 등 메시지가 적힌 플래카드와 현수막을 높이 들었다.
생명대행진을 주관한 이사벨 본 스프루스 이사는 미국 가톨릭 전문 매체(National Catholic Register)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어려움에도 이번 생명대행진은 지금까지 열린 행진 중 가장 규모가 컸다”며 “단순히 참여자 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 종교 지도자들, 비종교인 참여가 늘어나는 등 모든 면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봤다”고 기뻐했다.
낙태 허용국인 영국에서 6일 역대 최대 규모의 생명대행진이 열렸다. March for life UK 페이스북 캡처
월리엄의 성모 성직자치단의 데이비드 월러 주교는 “이 행진에 참여한 이들은 인간 생명이 신성하다는 심오한 진리 안에서 이미 살아가고 있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월러 주교는 “낙태는 단지 태아와 관련한 문제만은 아니다”라며 “우리 사회에는 온갖 문제가 있지만, 태아가 생명임을 부정하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통계에 따르면 영국 여성 3명 중 1명이 45세가 되기 전 낙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윌리엄의 성모 성직자치단의 데이비드 월러 주교는 “낙태를 경험한 이가 생명대행진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며 “교회는 낙태를 선택한 이들의 삶 또한 거룩하다고 믿기에 그들을 배척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진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의회가 영국 역사상 가장 반생명적인 법안을 통과시킨 상황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6월 하원의원들은 조력 자살 법안과 출산 전까지 임신 주수와 관계없이 낙태한 여성의 형사 책임을 면제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두 법 모두 추가적인 입법 과정을 거치긴 해야 하지만, 정치 지도자를 비롯해 영국 국민의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진에 참여한 가톨릭 신자 폴 멀로이씨는 법안들에 대해 “끔찍한 일”이라며 “의사를 살인자로 만드는 것은 미래 사회를 위협하는 것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오 14세 교황은 행진 참석자들에게 전한 메시지에서 “정부 지도자들은 조화롭고 평화로운 시민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할 책임이 있다”며 “이는 가정을 지지하고, 태아부터 노인까지 가장 취약한 사람을 포함한 모든 이의 존엄성을 존중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