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칼럼] 전임자의 유산에 대한 레오 14세 교황의 3단계 접근법

(가톨릭신문)

9월 18일 레오 14세 교황이 기자와 처음으로 마주 앉아 나눈 인터뷰를 담은 책 「레오 14세: 세계의 시민, 21세기의 선교사」가 출간됐다. 페루의 펭귄출판사에서 스페인어판으로 먼저 나왔고, 곧 다른 언어판도 이어질 예정이다.


책은 새 교황의 지성과 영성을 동시에 안내해 주는 심오한 길잡이이며, 오직 가톨릭의 삶을 깊이 연구한 경험 많은 기자만이 만들어낼 수 있었던 작품이다. 물론 저자가 내 아내이기 때문에 어쩌면 약간의 편견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책은 레오 14세 교황이 자신을 세상에 소개하는 방식이며, 따라서 이는 엄청나게 중요한 순간이라는 것이다.


책의 시작은 만약 페루와 미국이 월드컵에서 맞붙는다면 교황은 “정서적 유대” 때문에 페루를 응원할 것이라는 깜짝 고백으로 열을 올린다. 이어서 교황은 교황직의 지정학적 기능,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평화 추구, 유엔의 역할, 양극화와 소득 격차 문제 등 다양한 주제로 나아간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레오 14세 교황의 성찰이다. 이를 주의 깊게 읽어보면, 레오 14세 교황이 사랑받으면서도 불가피하게 논란이 많았던 전임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산을 대하는 독특한 3단계 방식이 드러난다.


첫째, 레오 14세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구한 핵심 정신에 주저 없는 충성을 약속한다.


“시노달리타스는 태도이며, 개방성이고, 이해하려는 의지입니다. 교회를 두고 말하자면,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기도와 성찰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 저는 이것이 오늘날 세상에 큰 가르침을 줄 수 있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전에도 양극화 문제를 이야기했죠. 저는 시노달리타스가 일종의 해독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우리가 오늘날 직면한 가장 큰 도전들에 대응하는 방식이라고 봅니다.”


이보다 더 강력한 지지 발언은 드물 것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심지어 이에 동참하기를 꺼리는 성직자들에게도 손가락을 흔들었다.


“가끔은 주교나 사제가 ‘시노달리타스는 내 권위를 빼앗을 것이다’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시노달리타스의 본질은 아니며, 어쩌면 그들이 이해하는 권위의 개념이 다소 초점에서 벗어나 있거나 잘못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이라는 인물에게 알레르기적 반응을 보였던 신자들을 의식한 듯, 이 개념이 훨씬 더 깊은 뿌리를 지니고 있음을 조심스럽게 시사한다.


“이 과정은 적어도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지난 시노드 훨씬 이전에 시작됐습니다.” 그는 이렇게 언급하며, 책 속에서 참여와 대화의 정신이 라틴아메리카에서 자라난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시노달리타스의 기원을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찾는다. “저는 시노달리타스가 교회에 위대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교회가 세상과 소통할 기회를 열어줍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로 그 중요성이 이어져 왔고,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즉,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 개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향했던 많은 것이 교회 안에서 훨씬 깊고 널리 퍼진 비이념적 흐름에 기반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레오 14세 교황은 시노달리타스의 이상을 지키는 것이 반드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만든 모든 구조, 절차,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암시한다. “대화와 상호 존중은 여러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즉, 지난 시노드에서 시행된 악명 높은 ‘성령 안에서의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마련된 원탁회의 같은 장치가 필요하지는 않다는 뜻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중요한 것은 시노달리타스의 정신을 보존하되, 그 구현 방식에서는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제안한다. “사람들을 함께 모으고, 그 관계와 상호작용을 이해하며, 만남의 기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교회의 삶을 살아가는 중요한 차원입니다.”


즉, 레오 14세 교황의 ‘3단계’는 이렇다. 


본질에 대한 충성, 불필요한 개인화에서 벗어나 더 깊은 교회적 뿌리에 주목하기, 그리고 방식과 수단에서는 유연성 허용하기.


이는 비전가였지만 동시에 논란의 불씨였던 전임자로부터 직무를 이어받은 자신의 교황다운 균형 잡히고 신중한 접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자취가 오래도록 남으려면, 그것은 단순히 계승되는 것뿐 아니라 때로는 가지치기와 정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는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레오 14세 교황의 사고방식을 날카롭게 드러내는 통찰이다.



글 _ 존 알렌 주니어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장이다. 교황청과 교회에 관한 베테랑 기자로, 그동안 9권의 책을 냈다. NCR의 바티칸 특파원으로 16년 동안 활동했으며 보스턴글로브와 뉴욕 타임스, CNN, NPR, 더 태블릿 등에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