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츠부르크, 오스트리아 OSV] 오스트리아의 고령 여성 수도자 3명이 장상의 지시를 거부하고 거주하던 요양원을 나와 오랜 세월 생활하던 수도원으로 되돌아간 사건이 발생했다. 회원 수가 감소하는 수도회의 고령 회원에 관한 교황청 규정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스트리아 언론 ‘크로넨 차이퉁’(Kronen Zeitung)은 이 사건을 ‘수도원의 반란’(monastery revolt)이라 표현했다.
문제의 주인공은 아우구스띠노 수녀회 소속 베르나데트 수녀(88), 레지나 수녀(86), 리타 수녀(82세)다. 세 수녀는 현재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외곽에 위치한 슐로스 골덴슈타인에 머무르고 있다. 이곳은 원래 성(城)이었으나 18세기부터 베네딕도회와 아우구스띠노회가 사용해 온 공간이다. 지금도 운영 중인 남녀공학 학교가 자리한 이곳은 고령의 수녀들이 생활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곳이어서 세 수녀는 2년 전 가톨릭 요양원으로 옮겨갔다.
그러나 수녀들은 “우리 의사에 반해 요양원으로 쫓겨났다”고 말했으며, 9월 4일 학교 졸업생과 열쇠공, 지역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교회 장상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옛 수도원으로 돌아왔다. 세 수녀들이 생활하던 수도원은 규모가 축소된 수도원에 관한 교황청 규정의 적용 대상이었으며, 교황청의 요구에 의해 수녀들은 수도원을 잘츠부르크대교구와 라이허스베르크수도원에 양도했다. 양도 당시 수녀들은 남은 삶을 수도원에서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2016년 교황령 「하느님 얼굴 찾기」(Vultum Dei Quaerere)에 관한 교황청 축성생활회와 사도생활단부 2018년 시행훈령 「기도하는 마음」(Cor Orans) 제70항에는 수도자들의 수, 구성원 대다수의 고령화, 수년간 지원자 부족 등의 사정을 검토해 수녀원 폐쇄를 판단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BBC 보도에 따르면, 베르나데트 수녀는 “평생 순명했지만, 이번 일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세 수녀는 교회 당국이 향후 조치를 결정할 때까지 수도원 안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수녀들은 “우리에게 가장 좋은 돌봄은 오래 살아온 집, 곧 수도원에서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녀들이 수도원에 처음 돌아왔을 때는 물과 전기조차 부족한 상태였지만 수도원에 다시 돌아왔다는 기쁨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후 시설들은 부분적으로 복구됐다. 또한 의사들은 진료를 제공하고, 학교 졸업생들과 지역 주민들은 음식을 가져다 주었다.
졸업생 중 한 명인 소피 타우셔는 “골덴슈타인에 수녀님들이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수녀님들은 많은 이들의 삶을 좋은 방향으로 바꿔 주셨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