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았네, 그날의 아름다움을! 나는 보았네, 그늘 주님께서 역사하심을!
그날, 저는 아들 시몬과 며느리 세라피나, 손녀 소피아와 함께 경북 영천시 괴연동 마을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서 ‘박봉일 베드로 공덕비 제막식, 괴연공소 설립 123주년 기념행사’라는 현수막이 아름답게 걸려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주민들도 마을회관에 현수막을 정성껏 걸어 두었더군요.
공경하올 신앙의 선조 박봉일 베드로(1867~1950) 증조부님! 우리 후손들에게 천지 창조주 천주님, 참 진리를 믿도록 이끌어 주심에 깊이깊이 감사드립니다.
증조부께서는 30년 동안 공소회장을 하시면서, 예수님의 가르침 대로 배고픈 이웃에게 먹을 것을 주셨고, 집 없는 사람에게 집을 지어주셨고, 헐벗은 이에게 입을 옷을 주셨고, 잠잘 곳이 없는 걸인에게 2~3일씩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하셨으며, 걸인의 옷을 세탁하여 입혀 주셨습니다. 병든 이에게는 손수 약을 처방하시어 달여 먹여 정성을 다해 돌보셨으며, 비신자 임종자에게는 대세를 권유하여 대세를 주셨으며, 복음 전파를 위해 두루 찾아다니셨습니다. 또 교우들이 하느님께 예배드릴 장소(공소)가 없을 때 당신의 땅을 기증하여 공소를 지어주셨고, 후손들에게는 신앙을 엄하게 가르치셨으며, 막내 아드님을 사제로 키우셨고, 8남매 아들·딸들을 잘 키우셔서 후손에 사제 여섯 분과 수녀 두 분이 나게하셨습니다.
저는 어릴 적 집안 어른들로부터 증조부께서 신앙인으로 잘사셨다는 막연한 이야기를 듣고 자랐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증조부의 거룩한 삶을 찾아서 기록으로 남겨 두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많은 노력을 해보았으나, 찾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살아온 지도 아마 40여 년이 훌쩍 넘은 것 같습니다. 주님께서 그토록 애써 찾으려고 하는 저에게 많은 은인을 보내 주셔서, 드디어 공덕비를 세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날 모인 후손들은 다짐했습니다. 물려받은 거룩한 신앙을 후손들에게 잘 전해 주어야겠다고.
글 _ 박경순 수산나(대구대교구 성김대건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