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교회사가 그 지역 교구사들의 집대성이라면, 교구사는 본당사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는 만큼 본당사는 교회사의 기초입니다. 본당사는 본당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고 복음 전파와 신앙 실천의 양상을 밝혀 후대에 전달합니다. 또 그 본당이 속한 지역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강원교회사연구소(이하 연구소) 소장 신정호(모세) 신부는 3월 20일부터 4월 10일까지 4주간 매주 목요일 오후 2~4시, 춘천교구 사회복지회관 1층에서 ‘본당사 편찬 교육’을 실시하는 취지를 교회사에서 차지하는 본당사의 중요성에서 찾았다.
춘천교구 본당사 편찬 교육은 2000년 가평 푸른누리수련원에서 ‘제1차 본당사 편찬 관계자 교육’을 시행한 것이 시초다. 2024년 연구소에서 마련한 ‘구술사 강좌’에도 본당사 편찬을 준비하는 신자들이 다수 참석했고, 연구소에 몇몇 본당 신자들이 개별적으로 방문해 본당사 편찬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었다. 신정호 신부는 본당사 편찬 교육이 필요한 본당들이 더 많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올해 ‘본당사 편찬 교육’을 준비하게 됐다.
본당 전통 계승과 발전에 큰 역할
자료 수집과 준비 중요성 강조
주임신부 중심 서술 문제점 지적
평신도 활동도 비중있게 다뤘으면
“바로 본당사를 편찬하지 않는다고 해도 차후에 있을 작업을 위해 미리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무리 의지가 있어도 자료가 부족하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본당사의 내용이 풍성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본당사는 신자들에게 긍지와 사명감을 부여해 신자로서 정체성을 갖도록 돕습니다. 본당 공동체와 늘 함께 활동하신 하느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본당사의 특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신 신부는 여러 본당의 본당사 서술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인물 중심의 시대 구분’은 본당사를 충실하게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본당사를 주임신부 재임 시기를 기준으로 구분해 서술하는 것은 생각할 점이 많습니다. 이 방식은 본당의 내적인 발전과 공동체의 성장 과정을 제대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아가 본당 사목자가 실시했던 행사나 사목활동 중심으로 기술하다 보면, 공동체보다는 특정 인물 위주로 서술한 위험이 있고, 성직자 중심적인 본당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 신부는 기존에 발간된 다수의 본당사에서는 평신도들의 활동이 온전히 드러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는 문제점도 언급했다.
“기존의 본당사에서 평신도들의 활동이 잘 조명되지 못한 이유는 그들의 활동을 기록한 자료가 부족해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구술사 자료 등을 통해 평신도들의 활동을 발굴해 낼 수 있는 여지가 커졌습니다. 앞으로 나올 본당사에는 본당에서 열심히 활동한 봉사자들, 교회 안에서 일했던 종사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비중 있게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신정호 신부는 “역사 전공자가 아님에도 직접 발로 뛰며 열정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본당사 원고를 작성하는 분들을 종종 만난다”며 “교회에 봉사하려는 마음으로 본당사 편찬 작업에 헌신하는 모든 분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