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 현장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 믿음으로 빛나는 사람

(가톨릭평화신문)


병실에 들어서니, 60대 형제님께서 묵주기도를 하고 계셨다. 형제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그분의 삶과 현재의 마음을 여쭈었다. “참 열심히 사셨네요”라는 나의 말에 형제님께서는 “집사람이 보통이 아니지요. 저보다 아내가 참 열심이지요”라고 답하셨다.

“저희 어머니도 그렇지만, 아내가 정말 대단해요. 하루에 묵주기도를 100단씩 바치고, 각종 단체의 장을 맡고 있어요. 성지순례도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예요. 아내가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고마워요.”

“그럼 형제님, 지금까지 살아오시면서 누가 가장 큰 영향을 주셨나요?” “어머니와 장인어른이죠. 특히 장인어른은 레지오 마리애를 7개나 만들고, 400명을 입교시킨 분이에요. 늘 하느님 이야기를 하고, 하느님의 기적을 많이 체험한 분이었죠. 성령을 받으신 거예요!”

이야기가 깊어질 무렵, “지금 마음은 어떠세요?”라고 여쭈었다. 그러자 형제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신부님, 저는 죽음이 두렵지 않아요.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하느님께서 이제 그만 고생하고 어서 오라고 부르시는구나!’ 하는 느낌이요. 하느님께서 오라 하시면 당연히 가야지요. 제가 발버둥 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순순히 가야죠. 다만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미안할 뿐 미련은 없어요. 하느님 곁으로 가서 아버지와 장인어른도 뵙고 싶어요. 세상 사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이 어디 있겠어요!”

병원에서 신자들을 만날 때면, 이 형제님처럼 “죽음이 두렵지 않아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종종 뵙게 된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놀라면서도 감탄한다. ‘아, 이분은 부활 신앙을 가지고 계시구나!’ 그런 분들은 늘 열심히 기도하시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은총을 내려주셔서 불안과 두려움을 넘어 희망을 품게 하시는 것이다. 형제님과의 대화를 마치고 나오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용수 신부(수원교구 병원사목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