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스스로도 부족함이 많은 사제이지만, 다른 신부님들과 마음을 모아 사제 양성을 위해 진심을 다하겠습니다. 우리를 구원하신 대사제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신학생들이 참으로 사람을 살리는 사제로 양성될 수 있도록 기쁘게 노력하겠습니다.”
서울대교구 제20대 대신학교장에 취임한 민범식 신부는 9일 혜화동 대신학교 대성당에서 봉헌된 취임 미사 중 취임사에서 “교구장님의 뜻을 따라 신학생들을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참 사제로 양성하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민 신부는 취임 미사 전 교계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신학생들을 좋은 사제로 양성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먼저 관심을 갖는게 중요하다”며 “2019년부터 이원화된 신학대학과 교구 성소국, 더 나아가 본당과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 사회와 교회 안에서 소통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직무 사제직 자체가 ‘친교의 건설자’인 만큼 신학생들이 사제가 되었을 때 소통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 부분에 좀더 마음을 쓰려고 합니다.”
행복한 사제상 보여줘야
민 신부는 “인구가 줄고 있어 사제성소 급감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성소 급감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사제들이 매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젊은 친구들에게 사제가 행복해 보인다면 성소는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지금 사제들이 어떻게 살고,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성소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민 신부는 이어 “현재 전체 신학교 재학생 수(군 휴학생 제외)가 126명인데, 2015년에는 250여 명이었다”며 “신학생 수가 줄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는 신학생들을 가까이에서 ‘밀접 동반’할 수 있는 가능성은 커졌다”고 설명했다. 민 신부는 “학생 기숙사 ‘대건관’을 철거하고 내년에 신축 공사를 시작하기로 했다”며 “신학생들을 밀접 동반할 수 있도록 설계해 나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 제20대 대신학교장에 취임한 민범식 신부는 “신학생들이 참으로 사람을 살리는 사제로 양성되도록 기쁘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자기 성찰 능력’은 사제의 필수 덕목
민 신부는 사제성소를 희망하는 신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자기 성찰 능력’을 꼽았다. “신학교 양성 기간에 ‘내가 나를 돌아보고, 내가 지금 객관적으로 어떠한 상태인지, 또 하느님이 보시기엔 어떤지’ 등 자기 성찰을 하면서 성장해나가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이것이 자리가 잘 잡히면 사제의 삶에서 성장해갈 수 있기에 자기 성찰이 중요한 소양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민 신부는 “사제 한 사람이 지닌 영향력은 매우 크다”면서 “신학생들이 사람을 살게 하는 사제가 될 수 있도록 함께 계신 신부님들과 고민하고 협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취임 미사 중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와 신학생들 앞에서 신앙 선서와 충성 서약을 한 후 대신학교장 업무를 시작했다. 정 대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양 떼를 사랑하신 목자의 따뜻한 마음, 풍부한 지식과 교회를 위하는 마음까지 두루 갖추신 민 신부님은 사제 양성의 못자리인 대신학교에 참 잘 어울리는 분”이라고 말했다.
민 신부는 2003년 사제품을 받고 11년간 이탈리아 로마 그레고리오대학에서 영성신학 박사와 심리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5년부터 신학대학 교수로 지내다 2022년 3월 주교회의 홍보국장으로 파견,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서울대교구는 2019년 교구 대신학교와 가톨릭대 신학대학을 이원화했다. 교구 대신학교는 인성·영성·사목 분야 양성을, 가톨릭대 신학대학(학장 전영준 신부)은 지성 분야 양성을 맡고 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