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서 현재, 현재에서 미래로

(가톨릭신문)

우리나라 1970년대의 인구 조절 정책은 가족계획 표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 자녀 갖기’에서 시작해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로, 1980년대에는 ‘하나씩만 나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으로 변경됐습니다. 정부는 인구 억제를 위해 피임과 정관수술을 장려하는 국민운동을 벌였을 뿐만 아니라, 세 자녀 가정에는 주민세와 의료보험료를 추가 부과하는 정책도 시행했습니다. 이러한 인구 억제 정책은 1990년대까지 이어지며, 피임과 정관수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았으며, 낙태에 대한 묵인도 사회에 깊이 뿌리내렸고 다자녀 출산을 부담스럽게 여기게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출산율이 급격하게 감소하자, 가족계획 구호는 ‘허전한 한 자녀, 흐뭇한 두 자녀, 든든한 세 자녀’ 등으로 180도 바뀌었지만, 국민들은 다자녀 출산을 사회적 의무로 여기거나 긍정적으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개인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사회적 가치와 태도가 변화했음을 의미합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우선 과거에 비해 우리 사회는 더 자유로워졌고, 더 부유해졌습니다. 반면, 경제 성장을 위해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추진했고, 그 수단으로 낙태를 묵인하고 조장하면서,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처럼 “결국 인간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가치관이 전도되고 물질이 중심이 되면서 갖가지 사회문제가 여기저기서 표출”되고 있습니다.(「가톨릭신문」 창간 66주년 기념 특별 대담, 1993년 4월 25일) 이로 인해 약자의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와 물질 중심의 사고방식이 확산되며, 우리의 마음은 점점 황폐해졌고, 많은 사람이 삶의 의미를 상실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국회의 입법과 정부의 정책은 우리 사회와 국민 개개인뿐만 아니라, 과거에서 현재, 현재에서 미래까지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일입니다. 그러나 최근 정부 정책이나 국회의 입법안을 보면, 여전히 과거처럼 매우 근시안적이고, 잘못된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예를 들어 보건복지부는 ‘배아·태아 대상 유전자 검사 가능한 유전질환’을 2009년 63개 항목에서 현재 222개 항목으로 확대했습니다. 이 검사를 통해 유전적 이상을 완화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유전질환은 극히 제한적이며, 유전자 이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모두 발현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보다는 배아나 태아를 선별하는 목적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이 발달상의 결함을 지닌 아기의 출산으로 인해 발생할 비용과 이익을 비교하는 관점에서 정당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이로 인해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심화되고, 바이오산업이라는 시장 경제 논리 속에서 출산이 마치 상품 검증 과정처럼 여겨지며,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한 아이를 임신한 여성들에게 낙태 압력을 가중시키는 데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또한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발의된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법률안(이재강·정혜경·강경숙 대표 발의)은 초저출산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비혼 임신 시술 지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합니다. 임신과 출산에 관한 결정을 혼인 여부에 따라 제한하는 것은 헌법이 명시한 행복추구권의 보장과 배치된다는 것입니다. 과거 인구 억제를 위해 태아를 경시하는 사고방식이 이제는 태아를 생산물처럼 여겨 국가 차원에서 인구 증가를 도모하며, 비혼인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기 위해 아이를 소유물처럼 취급하고 있습니다. 비혼 임신 과정에는 정자 및 난자 매매, 체외수정, 유전자 검사 및 유전자 편집, 대리모 등 거대한 의료 산업 시장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생명의 존엄과 혼인 및 가정의 의미를 상실한 인구 정책이나 개인의 행복추구는 머지않아 우리 사회에 부메랑이 되어 또 다른 사회문제를 초래할 것입니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우리가 깊게 성찰해야할 현실입니다.



글 _ 최진일 마리아 교수(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연구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