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기억해야 하는 것

(가톨릭신문)

3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은 인파로 북적였다. 두 진영 모두 손에 태극기를 들고 있었지만 한쪽에선 대통령의 탄핵을, 다른 한쪽에서는 탄핵 기각을 외치고 있었다. 106년 전 일본에게 빼앗긴 주권을 되찾기 위해 벌였던 만세 운동을 기념하는 2025년 3월 1일, 대한민국은 독립의 기쁨을 기억하는 것이 무색할 만큼 둘로 쪼개져 있었다.


‘하나된 대한민국’의 의미를 찾기 어려운 현장에서 일본으로부터 고통받은 이들을 기억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9개 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남·녀 장상연합회 등이 포함된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천주교 전국행동이 주관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미사’였다. 미사에 참례한 이들은 50명 남짓. 광화문광장의 거대한 인파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인원이지만 이들이 함께한 기도는 큰 울림을 남겼다.


힘없는 소녀들이 일본군의 성노예로 희생된 것은 역사 안에 살아있지만 피해 할머니들은 “돈을 벌러 자진해서 간 것”이라거나 “돈을 더 받아내고자 대중 앞에 나오는 것”이라는 모욕적인 말을 같은 민족으로부터 들어야 했다. 나라가 지켜주지 못한 누군가의 인권을 기억하는 이날 미사는 광화문광장에 끝없이 수놓인 태극기와 겹쳐 아픔과 상처를 남겼다.


교회는 이처럼 정부가 외면한 작고 힘없는 이들의 인권을 되찾고자 30여 년째 기도로 힘을 모으고 있다. 미사를 집전한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하성용(유스티노) 신부는 “이 문제는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이고 사람의 도리에 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 이상 힘에 의해 인권이 무시당하고 도리를 해치는 일이 없기를 이번 미사를 통해 바란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