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프란치스코 교황이 병상에서 전한 평화 메시지
(가톨릭평화신문)
최장기 입원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병상에서 세계 평화에 맞선 인류 위기를 언급하며, 기아와 가난·기본 인권을 보호하는 공동 대응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교황이 교황청립 생명학술원 총회 참가자들에게 전한 메시지는 병상에서 보내온 것이기에 그 무게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생명학술원 총회는 3~5일 ‘세상의 종말? 위기, 책임, 희망’을 주제로 로마에서 열렸다.
교황은 특히 자국의 이익만 우선한 이기적이고 실용주의적 논리, 특정 국가와 국익을 보호하려는 근시안적 태도를 지적하며 지구촌 평화를 위협하는 세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러한 경향은 결국 인간성을 잃게 한다고 염려했다. 특정 국가와 국익만을 보호하려는 시도는 국제기구의 역할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전 인류가 마주한 복합적인 위기를 극복하려면 세계의 공동선을 촉진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이때 다자주의적 국제기구가 공동체적 맥락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교황은 13일 재위 12년을 맞았다. 투병 중에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질타했고,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도 거듭 비판했다. 병상에서 전하는 인류를 향한 사랑과 희망, 평화를 위한 염원이 애절하다. 폐렴으로 입원 중임에도 전쟁과 기후위기, 에너지·이주 문제 등 인류의 위기를 지켜보며, 희망의 목소리를 내는데 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전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위기는 결국 가장 소외된 이들의 생명을 소리 없이 앗아간다. 교황의 메시지에는 인간 생명에 대한 존엄성, 생명 존중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 교황의 메시지는 전 세계 그리스도인뿐 아니라 지구촌 구성원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생명 수호를 향한 외침임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