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중심에 섰던 여성들 평화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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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가 19일 개최한 ‘다시 만날 세계’ 주제 집담회에서 질의응답이 진행되고 있다.

인권 단체 연대·확장 사례 공유… 소수자들의 연대 주목

가톨릭 청년 시국선언 ‘신앙인 양심’ ‘복음적 실천’ 해석

“다시 만날 세계, 지금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 입 모아



“신앙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신앙은 그 안에서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는 길입니다. 정의 없는 사랑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을 둘러싼 긴장 속,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시대의 징표를 읽고 응답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교회의 목소리·청년의 외침·신학적 성찰, 그리고 평화를 향한 상상은 하나의 질문으로 모아진다. ‘우리는 어떤 민주주의, 어떤 교회를 꿈꾸는가?’

이를 위해 광장의 중심에 섰던 30대 가톨릭 여성들이 다시 만났다. 19일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가 주최한 ‘다시 만날 세계’ 주제 집담회(集談會)에서다.

장예정(소피아)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는 기조발표에서 4개월간의 탄핵 과정 중 인권 단체가 연대·확장해온 사례들을 되짚었다. 장 활동가는 탄핵 집회에서 나온 발언문들을 통해 “광장에서의 연대는 모두의 존엄과 평등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광장을 끝까지 지킨 여성활동가와 성소수자의 연대는 혐오를 연대의 문화로 바꾸며 민주주의 실현에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최지은(요안나, 서강대 신학대학원 영성신학 박사과정)씨는 나아가 ‘소수자 신학’의 관점에서 위기와 전환을 전망했다. 그는 광장에 모인 소수자들의 연대를 주변부에서 시작되는 신학으로 제시했다. “예수님의 탄생은 주변부에서 일어난 아주 연약한 아이의 모습이었고, 그 삶도 가장자리와의 만남이었습니다. 십자가는 고통 앞에선 인간의 취약성을 보여줬습니다. 연약했기에, 취약했기에 연대로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주변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보나(보나, 강원대 일반대학원 평화학과 박사과정)씨는 광장 이후의 연대, 앞으로 만들어갈 새로운 세계와 평화의 모습을 제시했다. 이씨는 “평화는 갈등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정의를 세우는 과정”이라며 ‘환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갈등 이전보다 더 나은 상황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게 됩니다. 광장은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누구의 것도 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다양성과 이질성이 충분히 가능한 곳입니다. 우리는 계속 만나고, 고민해야 합니다.”

조은나(루치아, 서강대 신학대학원 교의신학 박사과정)씨는 가톨릭 청년들이 신앙의 언어로 어떻게 민주주의에 응답했는지 고찰했다. 가톨릭 청년 946명은 계엄령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위기 속에 ‘시국 선언’을 발표했다. 조씨는 이를 ‘신앙인의 양심’과 ‘복음적 실천’의 응답으로 해석하고 “신앙은 역사 안에서 하느님 뜻을 살아내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앞서 조씨는 교회의 세 가지 목소리를 분석했다. 가장 먼저 나온 주교회의 입장문에 대해선 “결정을 수용하자는 중립적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정의 없는 중립은 방관’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의 메시지에 대해선 “비폭력과 사랑을 강조했지만, ‘사랑’은 ‘정의’ 없이 불가능하다”며 억눌린 이들과 더욱 동반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사제·수도자 3462인의 시국선언문’은 “예언자적 목소리로 강한 메시지를 담아 정의에 대한 교회 사명으로 여길 수 있지만, 교회 전체의 의견이 아니고, 언어의 격렬함에 대한 절제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씨는 “광장에 울려 퍼진 우리의 말과 만남이 하느님 나라를 향한 실천이 된다”며 “‘다시 만날 세계’는 우리가 하느님과 함께 만들어가는 하느님 나라다. 세상 한복판에서 그리스도의 정의와 평화를 살아내자”고 당부했다.

광장에서, 교회 안에서 ‘다시 만날 세계’를 향해 의견을 모은 30대 가톨릭 여성들은 신앙과 민주주의, 사랑과 정의의 접점에서 “지금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