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돋보기] ‘하느님 종들의 종’ 프란치스코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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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함에 꾸벅꾸벅 고개를 떨구시다가도 신자들이 손을 흔들면 금세 눈을 뜨고 같이 손을 흔들어 주셨습니다.”

교황대사를 지낸 장인남 대주교가 전한, 곁에서 본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이다. 인자한 옆집 할아버지같이 푸근한 인간미가 느껴지는 장면이다. 교황은 그렇게 우리 곁에 있었다.

교황의 삶을 정리하다 보니, 가난한 이들의 교황, 하느님의 종들의 종 등 교황을 따라다니던 여러 수식어가 좀더 생생하게 그려졌다.

이민자 부모에게서 태어나 여러 종교와 문화가 섞인 마을에서 자란 교황은 즉위 후 같은 행보를 이어갔다. 가장 먼저 람페두사섬을 찾아 난민을 위로했고, 지난해까지 인도네시아 성모 승천 대성당과 이스티클랄 이슬람 사원을 지하로 잇는 ‘우정의 터널’ 앞에서 종교·문화의 장벽을 허물었다.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 시기를 겪으며 억압받는 민중의 입장을 헤아렸다. 소수자를 끌어안았고, 여성의 지위를 높였다. 개혁이라 불릴 만큼 스스로는 검소했다.

일련의 과정은 당위성에 따른 움직임이 아니었다. 체화된 자연스러운 행보였다. 실존에 대한 깊은 고민은 만남의 강도를 더했다.

그렇게 교황은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통해 종교를 떠나 큰 감동을 일으켰다. 우리는 시대의 큰 어른을 잃었다. 하지만 교황이 남긴 수많은 신앙 유산은 남은 우리의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생 동안 전한 만남의 가치는 마지막 말씀이 된 4월 20일 주님 부활 대축일 강론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우리는 그분을 찾아야 합니다. 고통받는 이들의 눈물을 통해 함께하시고, 우리 각자가 행하는 작은 사랑의 실천을 통해 삶을 아름답게 하십니다. 이러한 이유로, 부활 신앙은 안락한 ‘종교적 위안’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활은 우리를 행동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