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사막 언덕 위의 기도(조남대 미카엘, 수필가, 시인)

(가톨릭평화신문)



몽골에서 사목하시는 신부님이 서울 방배동본당에서 강론하신 적이 있다. 척박한 환경에서 복음을 전하시는 이야기가 마음 깊은 곳을 울렸고 덩달아 눈시울이 붉어졌다.

몽골로 귀국하신 다음 겨울옷과 성물을 보내줬으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 입지 않는 옷을 수집하기로 했다. 사회복지분과에서 주관하기로 했는데, 당시 내가 분과장을 맡고 있었다. 주임 신부님께서는 1톤 트럭 짐칸에 올라타 담당 구역장·분과장 등과 함께 1구역부터 돌았다. 몇 번만 돌면 17구역까지 모두 수거할 줄 알았는데, 한 구역에서 트럭 하나가 넘칠 정도로 신자들의 마음이 풍성해 결국 2주에 걸쳐 마무리할 수 있었다. 트럭 짐칸에서 흔들리며 다니는 수고로움에서도 주임 신부님은 신자들과의 교류와 화합에 기쁨을 감추지 않으셨다.

가지고 온 물품을 성당 뒷마당에서 품목별로 정리하고 상자에 정성껏 포장했다. 신자 모두 하나 되어 마음을 모았고, 신부님께서는 성물과 새로 산 미사 도구를 별도로 챙기셨다. 물품이 대형 컨테이너에 가득 실려 몽골로 향하는 것을 바라보니 가슴이 뿌듯했다. 이와 함께 몽골에서 신앙을 전파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기도했다. 몇 개월 동안 몸은 수고스러웠지만, 신자들의 마음을 하나로 엮는 데 큰 역할을 하였으리라.

한참 후 몽골 신부님께서 무사히 도착했다는 연락과 함께 감사를 전하며 신부님과 사목위원들을 초청하셨다. 낯설지만 정겨운 초원과 사막의 나라 몽골. 우리의 1960~1970년대 생활 수준으로 신자 수가 적고 모든 여건이 열악했지만, 선교 의지는 넘쳐 보였다. 성당 옆 창문이 깨지고 문짝이 떨어진 채 방치된 어린이집을 보자 우리 정성이 절실했음을 절감하면서 콧잔등이 시큰했다.

말과 소와 양 떼가 풀을 뜯는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달릴 때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또 테를지국립공원 게르에서 밤하늘의 수많은 별과 은하수를 볼 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랐다. 사막의 낙타 체험 중 흥에 도취해 노래를 부르며 모래언덕을 넘다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수도 울란바토르 병원으로 후송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다행히 별일 없이 일어날 수 있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정성과 헌신을 어여삐 여겨 돌봐주신 것이 아니었을까.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민속촌 관람 도중 사막 한가운데 모래언덕에서 봉헌한 미사였다. 루카 복음 9장 28~29절 말씀이 떠올랐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기도하시러 산에 오르셨다.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는데, 그 얼굴 모습이 달라지고 의복은 하얗게 번쩍였다.” 언덕 위에서 기도하던 우리 모습이 마치 제자들과 산에 올라 기도하셨던 예수님 모습을 닮은 듯했다. 그 장면은 머릿속에 깊이 새겨졌고 가슴은 지금도 여전히 두근거린다. 그날의 기도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은총의 선물임이 분명했다.

이 땅 구석구석, 또 지구 저편에서도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신부님과 수녀님들의 헌신과 사명감에 감사드리며, 우리 모두 기도와 나눔으로 함께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조남대 미카엘(수필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