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빛으로 그린 기도의 집

(가톨릭평화신문)
 

‘성당’ 주제 사진 프로젝트 기획
전국 성당 50곳 순례하며 기록
아름다운 성당 모습·역사 담아
2년 노력 끝 사진집으로 결실
칼럼 연재로 여정 새롭게 확장



하느님의 섭리는 때로 우리가 미처 예상치 못한 길로 이끌기도 한다. 서울대교구가 운영했던 ‘가톨릭 영 시니어 아카데미’ 사진 두레에 발을 들여놓은 것도 그랬다. 사진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없이, 단지 ‘좋아 보인다’는 생각 하나로 무작정 입학했다. 그러나 그 여정은 만만치 않았다. 배움의 길이란 원래 그러하듯 한 걸음 나아갈수록 더 깊고도 험했다.

2년의 교육과정을 마친 뒤, 졸업생들이 모인 사진 동호회에 가입해 매주 공부하고 사진을 촬영하려 다녔다. 그러던 중 2022년 엉겁결에 회장 자리를 맡게 되었다. 회장이 되자 단순한 활동 이상의 의미를 찾고 싶었다. 사진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결국 ‘세상의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 아닐까. 그중에서도 하느님의 집인 ‘성당’을 렌즈에 담아보자는 마음이 움텄다.

단지 멋진 건축물로서의 성당이 아니라 그 속에 깃든 신앙의 숨결, 기도하는 사람들의 마음, 그리고 시간이 깃든 고요함을 함께 넣어보고 싶었다. 동호회원들에게 이런 얘기를 전하자 십여 명이 뜻을 같이해 주었다. 전국에서 50곳의 아름다운 성당을 선정하고, 도별로 나누어 촬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계획은 늘 현실 앞에서 수정을 요구받는다. 사계절의 성당 얼굴을 담고, 그 역사를 소개하는 글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결국 1년의 세월이 흐른 뒤 대부분 포기하고 두 사람만 남았다. 우리는 서로 의지하며 2년 넘는 시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순례하듯 다녔다. 봄눈이 내리는 산골의 작은 성당부터 바닷바람에 낡은 십자가가 흔들리는 섬까지. 그 모든 순간이 기도였고 찬미였다.

그렇게 「사진가가 찾은 한국의 아름다운 성당 50선」이라는 책이 탄생했다. cpbc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 사장 신부님의 따뜻한 추천사를 비롯해 많은 분의 도움으로 330쪽에 달하는 정성스러운 책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그 기쁨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었다. 이전에도 몇 권의 책을 냈지만, 혼자의 작업과는 또 다른 세계였다. 함께하는 작업은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어우러지며 걸어야 하는 길이었다.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열매는 더 크고 달았다.

책이 출판된 후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세상에 알리는 일이었다. 가톨릭평화신문과 가톨릭신문에서 기사로 다루어 주었고, 서울대교구 홍보국 협조로 가톨릭 관련 서점에서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다른 일간지에도 기사가 실려 책은 널리 소개되었다. 기획 아이디어가 좋았다는 주변의 반응과 함께 독자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다.

이 여정은 또 다른 인연으로 이어졌다. 가톨릭평화신문사로부터 ‘신앙단상’이라는 코너에 칼럼을 써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은 것이다.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도전을 택했다. 매주 한 편, 두 달 동안 신앙과 삶을 글로 풀어내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자신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기도 했다.

모든 과정을 돌아보니, 내가 한 일이 아니었다. 하느님께서 손을 잡아 이끌어주셨고, 함께한 동료와 지인과 가족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이 들었다고 뒷걸음질치기보다는 아직도 도전하고 나아갈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 모든 일상이 결국 하느님의 은총이었음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