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 현장에서] 이주민은 하느님의 선물

(가톨릭평화신문)


최근 어느 모 여자대학병원이 우리 이주민 여성들에게도 여성 암 무료검진을 받을 기회를 줘서 일곱 명 정도의 이주여성들이 감사하게도 의료혜택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이미 검진을 마친 여성 세 명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과 함께 아침 일찍 센터에 모여 출발하기로 했는데, 태국 여성 두 명은 검진 시간이 뒤라 필리핀 여성과 네팔 여성만 데리고 가게 되었다.

내가 운전하는 사이 두 여성은 뒷좌석에서 도란도란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쓰며 서로를 알기 위한 대화를 시작하고 있었다. 확실히 여성들이다 보니 국적은 달라도 서로의 공통점을 금세 찾아내는 것 같았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남편과 아이들의 이야기로 자연스레 흘렀고, 다섯 살 터울로 작년에 둘째 아들을 낳은 네팔 여성이 먼저 필리핀 여성에게 “언니는 아이가 몇 명 있어요?”라고 묻자, “나는 아들 둘에 딸 둘 있어요. 그런데 막내딸은 내가 마음으로 키운 딸이에요”라고 했다. 우리는 처음에 그 말 뜻을 잘 몰랐다.

이러한 반응을 느꼈던지 필리핀 여성이 밝게 웃으면서 “그 아이가 나한테 얼마나 잘하는지 몰라요. 어쩌면 오리지널(original) 딸보다도 더 잘할걸요?”라며 괜스레 친딸과 비교하며 입양한 딸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사실 그 필리핀 여성과 나는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사이였음에도 그녀에게 양녀가 있었다는 사실은 나도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래서 가만히 듣고만 있다가 여성들의 이야기에 끼어들어 “맞아요. 친딸이든 양딸이든 구별할 필요가 있나요? 잘 생각해보면 친자식이라 해도 결국 하느님께서 주셨으니까 엄밀히 말하면 맡아서 키우는 양자식과 마찬가지죠”라고 했다.

다행히도 신앙이 같았던 그녀들도 내가 신부로서 무슨 말을 하는지 언어는 다르지만 공감하며 알아듣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우리의 대화는 자연스레 자식들이 우리 소유물(belongings)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이자, 사랑과 존중을 기울여야 하는 소중한 존재들이라는 내용으로 흘러갔다. 그녀들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 이주민들도 마찬가지로 소유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여 누군가 이들의 노동력을 돈을 주고 샀다고 하여 이들이 결코 그들의 소유물이 될 수는 없다. 여성들은 이날 건강검진을 무료로 받았다는 기쁨보다는 한국 사람들이 자신들을 조건없는 사랑과 존중으로 대해준 것에 더 감사함을 느끼고, 그 마음을 간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