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돋보기] 너와 나의 ‘당연함’은 다르다
(가톨릭평화신문)
“한국에 오면 무엇을 하고 싶어요? 한국 교회에 방문하면 어떨 것 같아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지역 교회와 함께하고자 기획된 ‘찾아가는 WYD’의 동행 취재차 캄보디아를 찾았다. 성당과 학교를 방문해 현지 주민들과의 대화 자리에서 이같이 물었다. 어찌 보면 WYD를 지역 교회에 소개하고 이들을 초대하기 위한 자리였기에 당연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우리가 한국에 갈 수 있을까?”였다. 아차, 싶었다. 이내 곧 현지 신자에게서 나온 한마디는 “이곳에 왜 왔을까.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찾은 것인가?”였다.
내 기억의 시작은 2002 한일 월드컵으로, ‘MZ’ 한국인으로서 내 안에 어느새 선진국 국민 인식이 자리 잡았다. 가정 환경도 부유하진 않았지만 하루 끼니를 걱정하기보다 오늘 저녁은 뭘 먹을지 고민했다. 부모 지원 덕에 대학 졸업까지 무사히 마쳤다. 한국인 대부분은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대부분이 비행기는커녕 자동차조차 타보지 못한 캄보디아에서 만난 이들은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농장 일을 한다. 봉고차 옆자리에 앉았던 한 학생은 차에서 내리기 위해 출입문 손잡이가 아닌 창문 레버를 잡고 끙끙대기도 했다. 나에게 너무도 익숙한 일이 그들에겐 언감생심이었다. 내게 당연하고 익숙한 일이 타인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절실히 깨달았다. 이어 누군가와 하나가 되려면 무엇보다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여야 함을 깨달았다.
2016년 폴란드 크라쿠프 WYD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젊은이에게 “소파에 앉아 TV를 보며 감자칩만 먹지 마라. 소파 대신 워킹화를 택해 미지의 길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가져라”라고 했다. 2년 뒤 세계 청년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한국 교회도 단지 말로만 초대하기보다 진정 그들의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더 낮은 자리에서’ 바라봐야 한다. ‘찾아가는 WYD’의 확대가 그 시작점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