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종빈 평화칼럼] 형제인 태양 에너지

(가톨릭평화신문)
‘공동의 집’ 지구가 펄펄 끓고 있다. 40℃를 넘나드는 고온에 시간당 100㎜가 쏟아지는 극한의 폭우. 해를 거듭할수록 기상 이변의 강도는 재앙 수준이다. 이처럼 지구는 시름시름 앓고 있는데 지구에 사는 인간은 눈앞의 이익과 편리함에 안주해 이를 외면하고 있다. 이기적 무관심이 모든 피조물의 공멸을 부르고 있다.

기후위기의 주된 원인은 화석 연료의 광범위한 사용으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자각은 1992년 브라질 리우회의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매년 온실가스 방출을 제한하는 당사국 총회(COP)를 29번 개최했지만,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막지는 못했다.

2015년 열린 제21차 COP에서는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고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담은 파리협약을 채택했다. 그러나 지난해 지구의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5℃ 상승해 관측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선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재생 에너지는 태양열과 수력·풍력 등 자연계에 이미 존재하는 모든 에너지를 말한다. 그중에서 태양 에너지가 재생 에너지의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4년 6월 ‘긴급 명령’인 자의 교서 「형제인 태양(Fratello Sole)」을 발표했다. 탄소 배출 ‘제로’를 목표로 로마 외곽 교황청 부지에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지시했다. 레오 14세 교황도 이를 계승해 2050년까지 바티칸 전체를 100%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는 ‘바티칸 RE100’을 공표했다.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기존 원전을 최대한 활용하고 재생 에너지를 확대하는 ‘에너지 믹스’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발전 비중은 석탄과 원전이 각각 31%, LNG 27%, 신재생 에너지는 10%에 불과하다. 후보 시절 이 대통령은 “원전이 당장은 싼 게 맞지만, 폐기물 처리와 위험 비용을 계산하면 엄청나게 비쌀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국제적 온실가스 규제로 수출을 못 할 판”이라며 “태양과 빛, 바람은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했다.

가톨릭교회는 탈석탄과 탈핵·탈송전탑 등 ‘탈탈탈’을 통한 기후 정의 실현을 주장한다. 그러나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에 대한 입장은 신중하다. RE100으로 가는 과정에서 원자력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핵의 위협과 폐기물의 안정성이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원자력 에너지는 전 세계적으로 투자와 추진력이 향상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원전 수출 강국이다.

바티칸은 산업 시설과 통상이 전혀 없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다. 그러나 바티칸의 RE100 추진 노력은 세계 에너지 산업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도덕적 권위와 방대한 외교력,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를 바탕으로 에너지 산업의 미래를 안내하고 ESG 투자 확대를 견인하는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 성장의 시대. 막대한 전력이 요구된다. 석탄과 원전만으로는 부족하다. 더욱이 기후위기에서 신음하는 인류를 구할 수도 없다. 기후변화를 막고 지구를 온전히 보전하기 위해서는 고갈되지 않는 태양 에너지가 필요하다. 모든 자연계 에너지의 동력은 태양이다.

기후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위기에 함께 공감하고 연대하고 행동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재생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저탄소 경제 구조를 만들어 새로운 일자리와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지금 행성들의 맏형인 태양이 지구에 말을 건넨다. “내가 기후 병을 없애고 지구를 잘 돌봐줄게! 나를 많이 이용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