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1일이 그 시작이었다. 그날 본당 주임신부님을 뵈러 가는 길에 나는 한 신자분에게 전화를 걸었다. 둘이나 셋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겠다고 약속하신 예수님께 청하는 마음이었다.
“본당에 가정생명환경분과가 신설된다고 해요. 신부님께서 부르셔서 가고 있는데 함께 기억해 주세요.” “응 잘 다녀와요. 기도하고 있을게. 다녀와서 연락줘요.”
그분은 내 전화를 받고 직감했다고 한다. 앞으로 나와 함께 봉사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나는 제분과위원장님의 요청대로, 앞으로 하고 싶은 사업계획 두 가지를 정리한 자료를 들고 갔다. 신부님께서는 역시나 한국교회와 특히 교구의 발자취를 익히 알고 계셨다. 그리고 상대방을 경청하는 태도와 친환경적인 생활습관까지, 어쩌면 생태적 감수성도 아주 뛰어난 분이실 가능성이 높았다.
신부님과의 면담은 아주 편안하고 순조롭게 진행됐다. 약간의 암시만 있으면 서로가 바로 이해하고 같은 생각, 같은 결론에 이를 정도였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신부님은 내가 걷는 길이 곧 용인본당 생태환경분과의 길이 될 것이라고 축원해 주셨다. 이 모든 내용을 함께 기억해 주고 계신 그분께 알려드렸고 우리는 그날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신부님을 뵙고 오면서 나는 이 봉사직을 통해서 진정한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아 무척 기뻤고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도 느꼈다. 성령께서 하시는 일을 내가 그르치지 않기 위해서는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려주는 나침반이 필요했다. 나는 대전교구 전민동본당에서 여러 가지 생태환경적인 행사를 진행했던 경험이 많은 한 분이 떠올랐다. 우리는 같은 포콜라레 영성을 살고 있었기에 나침반을 어디로 고정하면 좋을지를 함께 의논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했다.
내가 망설임 없이 연락하자 그분도 흔쾌히 시간을 내어줬다. 바로 다음 날, 나는 단숨에 대전으로 차를 몰아 내려갔다. 한 카페에 앉아서 우리는 4시간 넘게 질문하고 답하기를 이어갔다. 그분의 풍요로운 자산과 너그러움 덕분에 나는 정말이지 큰 도움을 받았다. 앞으로 용인본당이 내딛는 모든 발걸음에 함께 해주시기를, 또 나를 위해서도 기도해 주시기를 그분께 청했다. 우리는 둘이었지만 셋이었다. 우리 가운데 예수님께서 함께 계셨기 때문이다.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내가 찾아야 할 나침반도, 또 고정해야 할 방향도 제대로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글 _ 안현정 소피아(수원교구 제1대리구 용인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