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에세이] 사랑이란 무엇인가

(가톨릭신문)

사랑에 대하여 짧은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이 주제는 짤막하게 다루기에는 나에게 너무나 크고 무거운 거대 담론이었다. 주님이 원하시는 진정한 사랑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할수록 간단치 않을 뿐 아니라, 이를 실천하고 결실을 보는 것은 너무 어려워 보여 비현실적으로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핵심 본질을 피해서 사랑을 말할 수는 없으니 어렵지만 솔직한 고백을 해보기로 하였고, 주님의 말씀 안에서 그 해답을 찾아봤다.


주님께서는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킬 것이다”(요한 14,15)라고 하시면서 사랑에 대하여 말씀하신다. “사랑은 참고 기다립니다. …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코린토 13,4-7) 또한,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마태오 5,44)


우리는 사랑의 실천을 쉽게 자주 언급하며 주님의 말씀을 이야기하지만, 과연 이와 같은 새 계명을 실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일상의 기도 속에서도 습관처럼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게 해주세요’라고 청하지만, 진지함이 부족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주님, 어찌하여 이렇게도 가혹한 계명을 선포하셨나이까!” 무력감이 몰려오는 순간이다. 사랑! 그것은 우리가 가깝게 두기엔 너무나 어렵고 감내해야 할 고통 그 자체로만 느껴진다. 주님의 명령에 ‘못하겠습니다’라고 거부할 것인가. 아니면 순명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무거운 마음으로 묵상하던 중 다시 힘을 내라는 주님의 말씀을 보게 됐다. “나는 너희를 고아로 버려두지 않고 너희에게 다시 오겠다”고 하신 말씀이 눈에 들어왔고, 우리와 함께하실 것임을 약속하신 그 말씀은 나에게 위로와 희망이 됐다.


지금은 비록 사랑의 계명이 어렵게만 느껴지겠지만, 주님이 나와 함께 계시고 힘이 되어주신다면 그 길은 고통만이 아닌 참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다.


그렇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의 말을 존중하고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또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그가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희망과 편안함을 주어야 함을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 다시 배우게 된다. 또한, 가장 큰 사랑은 하느님을 아는 것이며, 하느님을 알 때 내가 그분 안에 머물고, 그 분께서 내 안에 머무르시며 그 사랑이 완성된다는 진리를 함께 깨닫게 된다.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다시 평온을 찾으며 나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를 올렸다.


“주님, 저는 지금 위대하지도 않고, 과감한 희생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용기를 잃지 않고 언제나 주님이 약속하신 사랑의 깃발을 보고 향할 수 있게 하소서, 그리고 그 방향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늘 기도하며 깨어있게 하소서!”



글 _ 장지원 막달레나(수원가톨릭오르가니스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