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신자들은 ‘끼인 세대’라는 별칭처럼 청년과 장년 어느 쪽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해 교회 내 활동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은 선배 신자들만큼 성숙한 신앙을 지니고 있으며, 후배 신자들과도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감각을 갖추고 있다. 교회가 이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활동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준다면, 그들의 특별한 역할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서울대교구 아차산본당(주임 신현우 안토니오 신부)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봉사에 헌신하는 40대 신자 모임 ‘요한보스코회’(회장 김준일 알렉산데르)가 있다. 40대 신자들이 안정감을 가지고 신앙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며, 교회 공동체와 더욱 깊이 연결될 수 있는 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요한보스코회를 소개한다.
끼인 세대를 위한 선택
요한보스코회는 40대인 주임 신현우 신부의 의지로 올해 1월 창립했다. 신 신부는 교회 전반에서 40대 신자가 많아지는 현실에 맞는 새로운 사목 방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40대 신자들이 청년 단체에도, 장년 단체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해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고민해 왔기 때문이다.
요한보스코회 창립 전까지 청년부에 속해 있던 40대 신자들은 활동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괜히 어린 친구들 활동에 방해가 되는 건 아닐까 싶어 불편했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장년층 단체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았다. 직장과 자녀 양육 등으로 바쁜 40대에게는 장년 단체의 활동 역시 여러모로 부담이 따랐다.
이처럼 ‘어중간한 입지’에 있는 40대 신자들이 안정감을 느끼고 복음을 실천할 수 있도록 신 신부는 청년부에서 독립된 새로운 단체로 요한보스코회를 출법시켰다. 단순한 조직 신설을 넘어, 사목자가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회원들에게 큰 힘이 됐다. 이들은 유아·어린이·청소년 시설을 찾아가 ‘이모·삼촌’이 되어주며, 오히려 더 젊은이다운 방식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끼인 세대’로서, 유아부터 청소년에 이르는 또 다른 ‘젊은이’들을 사랑으로 돌보고, 청년부 후배들에게도 모범이 되고자 하는 요한보스코회의 취지는 40대 신자들의 공감을 폭넓게 얻고 있다. 본당에서의 다양한 활동을 희망하면서도 청년부에 소속된 적이 없어 망설이던 이들도,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함께하게 됐다. 현재 11명의 회원 중 5명은 청년부 출신이다.
신 신부는 “교우들과 함께 복음을 살아내고 싶어도 정작 소속 공동체를 찾지 못하거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던 이들이 벌써 반년 넘게 활동하며, 그간 스스로 미지근하다고 자각하던 신앙에 새로운 열정을 지피고 있다”고 전했다.
다시 불붙는 믿음
요한보스코회 회원들은 매달 하루, 성당 인근에 있는 예수성심시녀회 운영 시설 ‘아해맘’과 ‘리틀요셉집’을 찾아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두 곳은 북향민과 복지 사각지대 가정을 위한 유아·어린이 동반 시설이다. 회원들은 각종 시설 보수, 계절 대청소 같은 궂은일은 물론, 원아들과의 야외 활동과 정서적 동반 등 수녀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일들을 기꺼이 맡고 있다.
단체명 그대로, 요한보스코회 회원들은 어린이를 애정으로 품고 복음화에 헌신했던 살레시오회 창설자 요한 보스코 성인의 정신을 따르고 있다. 주님 부활 대축일 같은 특별한 날에는 아이들에게 직접 꾸민 부활 달걀 등을 선물하고,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정성으로 필요한 물품을 전하거나 특별 기부도 한다. 영어 강사인 한 회원은 형편이 어려운 아이 몇 명을 위해 매주 시간을 내어 무료 영어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많은 40대 신자는 청년부 활동을 그만둔 후 주일미사 외에는 신앙생활이 점점 소극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들에게 요한보스코회에서의 실천은, 나이가 들어도 본당 안에서 여전히 젊은이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삶의 경험이 깊어지고 인간관계가 복잡해지는 40대는 청년기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하느님을 만나며, 그 과정에서 축적되는 영적 체험은 일시적인 갈망에 그치지 않고 다시금 신앙의 불을 지피게 한다. 회원 강수연(세레나) 씨는 “삶에서 여러 기적 같은 일을 체험하면서 다시 신앙이 불타올랐는데 막상 레지오 마리애에 나가볼까 해도 구성원들과 나이가 맞지 않아 마음만 앞섰던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부님이 요한보스코회로 불러주신 덕에 소속감도 느끼고, 삶에 맞는 방식으로 신앙을 실천하며 기도생활도 안정감을 찾았다”고 전했다.
입단 전에는 자모회에만 소속됐던 우영숙(안젤라) 씨는 “전에는 청년부와는 교류가 없었는데, 요한보스코회를 통해 본당 내 다양한 활동에서 협력하고 소통해 서로의 믿음을 다독이고 있다는 점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