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 하천에 자전거도로 무리한 설치, 안전 위협

(가톨릭평화신문)
 
▲ 관악구가 시행하고 있는 도림천 서울대 구간 생태하천 복원사업 현장. 상판 구조물 설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 관악구청이 2022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시행 중인 도림천 서울대 구간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무리한 자전거 도로 설치 등으로 호우 시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란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도림천 생태하천 복원구간은 서울대 정문 앞부터 동방1교까지 총 1.35㎞이다. 이 가운데 완전 복개 구간 550m는 단계적으로 상판을 철거하고 구조물을 설치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공사 진척도는 25%로 2022년 말 경전철 신림선 개통에 맞춰 완공될 예정이다. 복원사업에는 총 331억 원이 투입된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위원장 백종연 신부)는 “현재 도림천 내 미림여고 사거리 동방1교부터 서울대학교 구간에 재복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 공사는 호우시 대피할 수 없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어 주민 안전과 인명 사고 등 위험 요소가 있다”며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이어 “주민과 관악구청, 서울시, 전문가들의 협의를 통해 진정한 생태하천으로의 복원 계획을 다시 수립한 후 공사를 생태적으로 마무리할 것을 청원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인 도림천자연복원위원회도 최근 성명을 통해 하천 토목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위원회 총무 최형규(여호수아)씨는 “비가 많이 올 때마다 도림천에서 매년 사람이 숨졌다”며 “서울대 입구에서 한강까지 가는 자전거 도로를 만들겠다는 전시행정으로 무리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5월 초 현장을 답사한 서울시립대 한봉호 교수는 “동방1교 하류는 하천 폭이 25m 이상으로 둔치 내 자전거도로가 여유 있으나 사업 구간은 하천 폭이 10m 이하로 매우 협소하다”며 “사업 구간은 하상 경사가 심한 여울 하천으로 폭이 협소해 많은 비가 올 경우 급격한 수량 증가로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악구는 홍수발생 빈도와 강우 시 하천 수량과 유속에 대해 수리검토를 해 인공구조물로 포장된 하천 바닥구조에 따른 유속 변화와 하류의 홍수 위험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림천 자연복원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이재을(서울대교구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담당) 신부는 “현재 여울성 급류가 흐르는 좁은 천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겠다며 돌을 깨고 하천을 파헤치고 있다”며 “인명 피해 우려나 생태적으로 보나 하지 말아야 할 공사를 하는 건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태회칙 ‘찬미 받으소서’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환경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는 복개구간 상류 관악산 계곡을 모델로 여울하천을 조성하고 하천의 침수 기능과 안전을 위해 복개 하천 변 교량 하부에는 최소한의 산책로를 조성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자전거도로를 설치하면서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관악구청은 자연형 하천처럼 복원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교통 문제 때문에 어려우며, 자전거 도로 설치도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공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관악구청 치수과 관계자는 “도림천 상류 구간 우측은 산책로, 좌측은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조성될 예정”이라며 “자전거 도로 설치는 서울대 정문에서 한강까지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연결됐으면 좋겠다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도림천 상류 복개 구간 철거를 통해 그동안 콘크리트 구조물로 덮여 있던 구간이 좌우로 8m에서 최대 11m까지 열린다”며 “하천에는 여울을 조성하고 무장애 횡단 데크를 설치하며, 자연석을 쌓고 수생식물을 심는 등 최대한 자연 여울 하천처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우려하는 안전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공사를 진행하고 시민들에게 수시로 설명회도 개최하겠다”고 덧붙였다.

복개 구간과 관련해서도 “현재도 서울대 구간은 차량 흐름이 F등급으로 도림천은 청계천과 달리 우회도로가 없어 앞으로 신림동 공영차고지와 경전철 역이 완공되고, 인근 재개발사업이 진행되면 교통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4개 차로인 차선을 줄이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도림천은 관악산과 삼성산 중간 골짜기에서 발원해 서울대 정문, 신림역, 신대방역, 대림역을 거쳐 신정1교 부근에서 안양천과 합류하는 지천이다. 도림천은 하천 바닥이 경사를 이루면서 물의 흐름이 빨라지는 여울하천이다. 여울하천은 바닥이 바위와 돌 등으로 되어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면 관악산 계곡 물이 도림천 좁은 수로로 몰리면서 하천 수위가 급격하게 높아지게 된다. 지난 2020년 8월 1일 도림천에서 80대 남성이 산책로를 걷다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고, 같은 날 도림천 산책로를 걷던 행인 25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2019년 9월에도 급류에 떠내려간 80대 여성이 사망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