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사랑하다’와 ‘친구’는 같은 어원

(가톨릭평화신문)
2016 크라쿠프 세계청년대회에 참여한 한 커플이 서로에게 기대어 있다. 우정 어린 친밀감을 이성 교제에서 자연스럽고 자신감 있게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청년기에 이루어야 할 성적 성숙의 과제다. OSV


청년기는 성적으로 성숙해지는 과정
우정 어린 친밀감 표현하는 법 배우는 시기


우정의 덕목인 신뢰·동등한 관계·상호 존중
남녀의 애정 관계에서도 나타나야




제3장 우리, 사랑하는 걸까요?

학습 목표 : 이성 교제가 가지는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 알아보고, 이성 교제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사랑 표현이 상호 인격의 존중과 배려를 통한 성장에 목적을 두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도입

사람들은 이성 교제에 대하여 자신의 기대에 따라 나름의 이유를 말합니다. “사랑하고 싶어서요!”, “연애 감정을 느껴 보고 싶어서요!”, “좋아하니까요!”, “외로워서요!”,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서요!”, “누군가가 나만을 아껴 주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요!” 이런 바람은 이루어지기도 하고 어긋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성 교제의 가장 큰 장점은 교제의 모든 과정을 통해서 성숙한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우는 기회가 된다는 것입니다.

성적 지향이 생기는 것은 성 심리의 발달 과정에서 일어나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특별한 계기가 없어도 이성에게 관심이 생기고 남다른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관계 맺기를 지향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교제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는 남녀는 이성 교제를 시작하면서부터 사랑하는 관계로 서로를 인식하게 됩니다. 남녀 사이에 사랑의 감정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더욱이 혼인 관계에 이르는 수준의 사랑이 되려면 배우자에 대한 독점적인 배타성과 영원성이 요구됩니다. 그러나 이성 교제 중 남녀는 서로를 알아 가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존중하며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라틴 말과 그리스 말에서 ‘사랑하다’(amo, φιλεo 필레오)라는 동사는 ‘친구’(amicus, φιλoς 필로스)라는 의미와 연결된 말입니다. 이 뜻으로 보면 ‘사랑하다’와 ‘친구’는 그 어원이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인 친구와 나누는 우정의 모습은 어떠한가요? 신뢰, 동등한 관계, 공유, 상호 존중, 감정 표현의 자유로움 등 좋은 우정 관계에서 발견되는 덕목들은 남녀의 애정 관계에서도 발견될 수 있어야 합니다. 우정의 덕목이 충분히 나타나는 이성 교제라면 더할 나위 없는 사랑의 친밀감과 유대감을 나누는 관계를 이루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끼는 이성 교제에서 상대방을 구속하거나 정서를 해치는 자기중심적 태도는 인격적인 사랑을 나누는 관계로 발전하는 데 큰 장애가 됩니다. 이러한 태도는 자신의 행동을 ‘사랑’이라 부르더라도 자신의 공허함이나 결핍을 채우려는 욕구를 숨긴 행동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관계는 친구로도 연인으로도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청년기는 성적으로 성숙해지는 과정입니다. 우정 어린 친밀감을 이성 교제에서 자연스럽고 자신감 있게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이 시기에 이루어야 할 성적 성숙의 과제입니다. 진정으로 삶의 한 단계를 성숙하게 만들고 싶다면 상대방의 삶을 내 뜻대로 지배하려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의 삶과 성장에 필요한 마음의 공간을 내어 주어야 합니다. 상대로 말미암아 자신의 존재가 의미를 찾고, 자신으로 말미암아 상대의 존재가 가치를 가지게 되는 관계에서 남녀는 서로에게 자신을 내어 주는 사랑을 체험하고 훈련하게 됩니다. 이렇게 이성 교제는 인격적 성숙과 성적 성숙의 과정이 되며, 사랑은 신뢰 안에서 더욱 견고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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