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2주일 복음은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입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수난과 죽음의 여정을 앞두고 보여주신 사건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 세 명을 데리고 하느님께서 계시는 곳을 상징하는 산에서 기도하시는데, 그동안의 모습과 다른 주님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시고, 구약의 두 인물인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 함께 이야기를 나누십니다.
모세는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어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을 만나 구원의 계약을 맺은 인물입니다. 그 계약은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과 함께하시고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일을 실천하겠다는 계약입니다. 엘리야는 이스라엘의 예언자들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예언자는 하느님께 충실치 못한 때에 하느님의 뜻을 깨닫도록 하느님 말씀을 전하고 백성을 이끄는 소명을 받은 사람입니다.
예언자들은 대부분 박해받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하느님의 뜻을 전하셨고 박해와 십자가로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모세와 엘리야처럼 선지자와 예언자적 가르침을 주셨고, 당신의 수난과 죽음으로 하느님과 사랑의 새 계약을 맺어주셨습니다.
그런데 베드로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이 엄청난 주님 변모의 광경을 보고도 올바로 깨닫지 못합니다.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를 통해 부활의 영광을 미리 체험하고 있지만, 그 영광이 십자가의 고난을 통해 온다는 진실을 깨닫지 못합니다. 물론 행복한 곳에 머물며 안주하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일반적 바람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지금 걸으셔야하는 길은 십자가 수난과 죽음을 통한 구원의 완성이고, 이로써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을 몸소 보여주셔야만 하십니다.
복음은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와 함께 하늘에서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라는 소리가 났다고 전합니다. 이는 하느님을 알기 위해서는 예수님 말씀을 잘 새겨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얼마 후 제자들은 스승께서 걸으신 십자가의 길을 걸어야 할 것입니다. 나약한 제자들은 그러한 십자가의 길에서 좌절감을 느끼고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영광스럽게 변모된 본래 모습을 제자들에게 미리 보여주심으로써 주님을 따르는 여정에서 이를 기억하면서 믿음과 희망으로 십자가를 끝까지 지고 갈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주십니다. 당신의 비참하고 허무해 보이는 죽음을 보더라도 오늘의 거룩한 변모 사건을 기억하며 용기를 잃지 말라고 미리 준비시키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염려가 얼마나 크신지 깊이 느껴집니다.
우리도 삶이 어렵고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아직 영광의 때가 아닌 거쳐야만 하는 수난과 고통의 때입니다. 이 수난과 고통의 때를 잘 극복하려면 사랑을 기억해야 합니다. 사랑의 기억은 지금의 고통과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는 힘이 되어줍니다. 사랑의 기억은 영광의 때를 위해 고난을 극복하도록 보여주신 거룩한 사건입니다.
사순절을 지내며 극기와 보속으로 재를 지키고 부활을 희망하듯이 지금 어렵고 힘든 일상을 회피하지 말고 사랑을 기억하며 힘을 내고 희망을 가지고 이를 극복해야 하겠습니다. 그럼으로써 주님을 닮은 거룩한 신앙인의 모습을 자랑스럽게 세상에 드러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