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아들’은 예수님께서 당신의 신원을 드러내실 때 밝히신 칭호로 주로 자신의 수난과 죽음, 재림, 죄 사함의 권능에 대해 말씀하실 때 사용하셨다. 초대 교회는 이방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할 때 ‘주님’과 연결해 메시아의 인성을 강조하는 ‘사람의 아들’ 칭호를 사용하였다. 프랑스 루르드 성모 발현 성지 십자가의 길.
성경학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신원을 드러내는 칭호 가운데 ‘주님’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사람의 아들’이라고 말합니다. ‘사람의 아들’은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드러내실 때 가장 자주 사용하신 칭호입니다. 신약 성경 안에 ‘사람의 아들’이란 말은 오직 예수님의 입에서만 나옵니다. 단 하나 예외가 있다면 스테파노 부제가 순교하면서 “보십시오. 하늘이 열려 있고 사람의 아들이 하느님 오른쪽에 서 계신 것이 보입니다”(사도 7,56)라고 한 말입니다.
스테파노가 순교 순간 본 이 환시는 사실 예수님께서 산헤드린, 곧 유다인 최고회의에서 심문을 받을 때 예고하신 것입니다. “너희는 사람의 아들이 전능하신 분의 오른쪽에 앉아 있는 것과 하늘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볼 것이다.”(마르 14,62) 이런 의미에서 스테파노의 고백은 예수님의 이 말씀이 실현됐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마태 16,16)라는 베드로 사도의 고백처럼 예수님의 신성을 드러내는 칭호는 ‘그리스도’(메시아), ‘주님’, ‘하느님의 아들’ 이 세 가지로 집중됩니다. 바오로 사도도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나를 따로 뽑으시어 당신의 은총으로 부르신 하느님께서 기꺼이 마음을 정하시어, 내가 당신의 아드님을 다른 민족들에게 전할 수 있도록 그분을 내 안에 계시해 주셨습니다”(갈라 1,15-16)라며 “여러 회당에서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다”라고 선포하였습니다.(사도 9,20)
이처럼 “예수께서는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시다”라는 고백은 처음부터 사도들과 초대 교회 신앙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하느님의 아드님으로 우리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저희 인간을 위하여, 저희 구원을 위하여 하늘에서 내려오시어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순명하셨고, 부활하신 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하느님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여주신다고 선포합니다. 교회가 예수님께 대한 베드로 사도의 고백을 그대로 계승하는 것은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다”라는 예수님의 말씀 때문입니다.(마태 16,17)
아울러 교회는 예수님께서 직접 당신 신원을 드러내실 때 말씀하신 ‘사람의 아들’이라는 칭호에도 주목했습니다. 첫 복음서인 마르코 복음서에 따르면 예수님께서 병자를 치유하실 때, 앞으로 겪게 될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말씀하실 때, 또 세상 마지막 날에 다시 오실 것을 약속할 때 ‘사람의 아들’이라는 칭호를 사용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뜻에 따라 ‘사람의 아들’의 수난과 죽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그러면서 사람의 아들의 죽음은 ‘부활’의 전제 조건이라고 말씀하시지요. ‘반드시 수난을 겪고 죽어야만 한다’는 것은 ‘하느님의 아들’에 속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또 ‘사람의 아들’이 큰 환난이 일어나고 우주의 표징들이 나타난 후 큰 권능을 지니고 영광 중에 구름을 타고 오실 것이라고 하셨죠.(마르 13,26) 교회는 이 말씀을 근거로 ‘사람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심판자뿐 아니라 당신께서 선택하신 이들을 불러 모아 그들을 구원하시는 구세주로 오실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아울러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아들’이 죄를 용서하는 권한이 있음을 밝히십니다. 이는 당신이 하느님의 권능을 지니신 분이심을 드러내십니다. “이제 사람의 아들이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너희가 알게 해 주겠다”(마르 2,10)라는 이 말씀을 근거로 그 권한을 받은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죄를 용서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의 아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인성을 드러내는 칭호입니다. ‘사람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의 사명은 아버지 하느님께서 당신께 맡기신 사람들을 믿음과 따름의 길을 통해 하느님 나라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이 사명은 예수님께서 십자가 수난과 죽음을 겪고 아버지에 의해 부활하시어 영광스럽게 되시는 구체적인 길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사도들이 이끈 초대 교회는 온전히 그리스도 신앙으로 ‘사람의 아들’을 고백하고 선포했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사람의 아들’은 신화적 인물이 아니라 실제 역사 안에서 지상의 삶을 산 인간, 나자렛 예수였습니다. 그분은 십자가를 통해 일생을 사신 분, 부활을 통해 역사상 절대 혼동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삶을 산 분이십니다.
‘사람의 아들’은 지배자의 압제에서 자신들을 해방해줄 유다인들의 메시아가 아니라 세상의 구원자로서 그리스도이십니다. ‘사람의 아들’은 아버지 하느님에게서 오신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사람의 아들’은 우리의 구원을 완성하시고자 인간 본성을 취하시어 강생하셨습니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셨다는 것은 오직 그리스도교 신앙의 특징입니다.
‘사람의 아들’은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순종하시어 우리 죄를 위한 속죄 제물로 당신 목숨을 바치셨습니다. ‘사람의 아들’은 부활하시어 우리 부활의 근원이 되시고, 하늘에 올라 아버지 하느님 오른쪽에 앉으시어 창조 이전부터 누리던 영광을 다시 누리십니다. 그리고 ‘사람의 아들’을 믿는 사람들을 이 영광에 참여하게 해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