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과 인간을 잇는 다리, 안드레아 사도

(가톨릭평화신문)
안드레아 사도는 첫 번째로 부르심을 받은 주님의 제자로 하느님과 인간, 하느님 나라와 세상을 연결하고,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데 조력한 ‘다리’와 같은 존재이다. 프랑수아 뒤케스누아, ‘성 안드레아 사도’, 1629~1633. 대리석상, 성 베드로 대성전, 바티칸.


안드레아는 첫 번째로 예수님 부르심을 받은 사도입니다. 네 복음서는 안드레아 사도가 주님의 부르심을 받는 내용을 소개합니다.(마태 4,18-22; 마르 1,16-20; 루카 5,1-11; 요한 1,35-51) 하지만 복음서마다 그 장면을 조금씩 다르게 표현합니다.

‘공관 복음’이라 불리는 마태오·마르코·루카 복음서는 그 장소를 ‘갈릴래아 호숫가’ 곧 ‘겐네사렛 호숫가’라고 특정합니다. 반면 요한 복음서는 안드레아 사도가 어디서 주님을 만났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습니다. 또 공관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시몬 베드로와 그의 동생 안드레아, 그리고 제베대오의 두 아들인 야고보와 요한을 첫 제자들로 삼으십니다.

이와 달리 요한 복음서는 요한 세례자의 제자인 안드레아와 다른 한 제자가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라는 요한 세례자의 말을 듣고 예수님을 따라가 주님의 제자가 됩니다. 요한 복음서에는 갈릴래아 호숫가, 어부들 그 어떤 것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공관 복음은 예수님의 첫 제자로 베드로 사도를 지목합니다. 그러나 요한 복음서는 예수님의 첫 제자가 된 안드레아가 형 시몬 베드로를 찾아가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라 말하고, 그를 데려가 예수님께 베드로를 소개합니다. 곧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부르신 것이 아니라 안드레아의 소개로 그를 알게 되셨고, 그를 눈여겨본 예수님께서 “너는 요한의 아들 시몬이구나. 앞으로 너는 케파라고 불릴 것이다”라고 이르셨습니다.(요한 1,39-42 참조)

첫 제자들에 관한 네 복음서 내용을 종합하면, 안드레아 사도는 시몬 베드로의 동생으로 갈릴래아 지방 벳사이다 출신이며 어부 생활을 하다 주님의 제자가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먼저 요한 세례자의 제자였다가 주님을 따랐으며, 예수님을 만났을 당시 형 시몬 베드로와 함께 카파르나움에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안드레아 사도는 주님의 제자가 되는 장면 외에 복음서에 등장하는 대목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안드레아 사도가 등장하는 복음서 내용을 주목해보면 그 상황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주님께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요한 6,1-15)에서 안드레아 사도는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소년을 주님께 데려갑니다. 그의 주선으로 예수님께서 가난한 이들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이시는 기적을 행하십니다. 이 빵의 기적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이렇게 한 문장으로 표현합니다. “하느님과 그 나라를 위한 이 가난은 세상의 가난한 이들과 연대를 이루는 행동이다.”(「나자렛 예수 1」 235쪽)

또 있습니다. 안드레아 사도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시자 그리스 사람 몇몇이 만나뵙기를 청하는데, 이 부탁을 주님께 전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럽게 될 때가 왔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라며 당신의 수난을 예고하셨습니다.(요한 12,20-26 참조)

이 대목의 의미를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이렇게 풀이합니다. “예수와 그리스인들의 순간적이고 외적인 만남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깊은 만남이 있다. 물론 그리스인들은 그분을 ‘뵐 것이다’. 그분은 십자가를 통해 그들에게 오신다. 그분은 죽은 밀알로 오셔서 그들 가운데 열매를 맺으실 것이다. 그들은 그분의 ‘영광’을 보게 될 것이다. 그들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에게서 자기들의 신화와 철학에서 추구했던 참된 하느님을 발견할 것이다. 이사야서(56,7)에서 이야기하는 보편성이 십자가의 빛 안에 놓인다. 백성은 십자가를 통해 한 분이신 하느님을 인식한다. 그들은 아들에게서 아버지를, 불타는 떨기 속에서 당신 자신을 계시하신 한 분이신 하느님을 알아볼 것이다.”(「나자렛 예수 2」 35쪽)

또 안드레아 사도는 형 시몬 베드로, 야고보와 요한 형제와 함께 예수님께 종말에 관한 질문을 하는 네 제자 중 한 명으로 등장합니다.(마르 13,3-37) “예수의 종말론적 말씀에서 중요한 또 다른 요소는 당신 제자들에게 닥쳐올 박해에 대한 암시다. 여기서도 이방인의 시대가 전개되는데, 주님께서 당신 제자들이 법정이나 회당뿐 아니라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세워질 것이라고 말씀하시기 때문이다.(마르 13,9) 복음 선포는 언제나 십자가라는 표징 속에 자리한다. 이것이 바로 예수의 제자들이 모든 세대를 거듭해서 새롭게 배워야 하는 것이다. 십자가는 ‘사람의 아들’의 표징이고 계속 그러한 표징으로 머문다.”(「나자렛 예수 2」 70~71쪽)

이처럼 안드레아 사도는 하느님과 인간, 하느님 나라와 세상이 연대를 이룰 수 있도록 안내하는 충실한 주님의 조력자였습니다. 그는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데 꼭 필요한 인물, 곧 베드로와 가난한 소년, 이방인들을 소개하고 예수님과 연을 맺게 하는 ‘다리’와 같은 존재입니다.

전승에 따르면 안드레아 사도는 성령 강림 이후 튀르키예·그리스·불가리아까지 선교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로마 제국 네로 황제 때인 60년 11월 30일 아카이아 파트라이에서 ‘X자형 십자가’에 달려 순교합니다. 안드레아 사도가 헬라어 ‘그리스도’(Χριστ?ς)의 첫 글자인 ‘X’자형 십자가를 원했다고 합니다.

안드레아 사도는 첫 번째로 부르심을 받은 주님의 제자로 동방 정교회에서 으뜸 사도로, 그리고 콘스탄티노플 총주교좌 수호성인으로 공경받고 있습니다.



리길재 전문기자 teotokos@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