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부활 제3주일·생명 주일-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가톨릭평화신문)
루벤스 작 ‘기적의 물고기잡이’, 1618~1619년.


제게는 감동적인 부활 체험이 있습니다. 부활 대축일을 코앞에 두고 군에 입대했을 때의 일입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살면서 한 번도 부활 대축일 미사를 빠진 적이 없는데, 훈련소에 입소한 첫 두 주간 동안 종교 행사에 참여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미사에 참례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종교 행사가 허락되어 기쁜 마음으로 성당으로 달려갔습니다. 제대 가까이 앉고 싶어 맨 앞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미사가 시작되자 가톨릭 성가 134번 ‘거룩하다 부활이여’의 굵직한 반주 소리가 오르간에서 흘러나와 성전을 가득 채웠습니다.

훈련이 고됐기 때문이었을까요? 전주를 듣자마자 저는 눈물과 콧물 다 흘리며 서럽게 울기 시작했습니다. 미사가 너무 좋았습니다. 성체를 모실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행복했습니다. 예수님 품에 안겨 펑펑 울며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어두운 제 마음에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찾아오시어 당신의 빛으로 채우셨습니다. 미사가 끝나자 신부님께서 “너 신학생이지? 뭘 그렇게 울어”라고 말씀하시며 다른 훈련병 모르게 초코파이 하나를 더 주신 것은 두 배의 기쁨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감동적인 기억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훈련을 받으며 목이 타들어 가는 갈증을 느끼고 평소 쓰지 않던 근육들이 경련을 일으킬 때마다 짜증과 분노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후 미사에 가면 피곤한 육신을 달래고자 최대한 편하게 앉아 눈을 붙이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제대하고 난 후, 어느 날 부활 대축일 미사 중 같은 성가가 흘러나오자 옛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오니 부활하신 예수님과 만났던 그 감동과 기쁨은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던 것입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음을 직접 목격한 제자들은 너무나 기뻤습니다. 그러나 그 기쁨에만 취해 있을 수 없었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복음에서 “나는 고기 잡으러 가네”라는 베드로의 말은 어부였던 그들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부활의 큰 기쁨을 체험했지만, 그들의 일상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었습니다. 부활의 기쁨이 순간적인 감정 또는 느낌으로만 남아있을 뿐 그들 삶에 영향을 끼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밤새 그물을 쳤지만 아무것도 잡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진정 부활을 살아가고자 한다면, 우리는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현존을 일상의 삶 속에서 발견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부활로 기쁘다 하여 우리의 삶이 마법처럼 꽃길로 변하지는 않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그분의 뜻을 따르고자 노력할 때, 곧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질 때, 온갖 종류의 돌과 잡초에 덮여 있던 우리 인생길 위에 숨어 있는 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그물에 다 담을 수 없는 은총을 얻게 될 것이고, 우리의 거칠고 험난한 인생길이 주님과 함께 걷는 꽃길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영제 요셉 신부 | WYD 법인·기획 사무국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