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전문가들의 연구와 토론, 비평을 거쳐 1970년대 민주화 운동사와 한국천주교회사 전체를 아우르는 결실이 나왔다. 「1970년대 민주화 운동과 천주교」는 온 국민이 민주화에 대한 간절한 열망으로 뜨겁게 타올랐던 1980년대의 든든한 주춧돌이 되어 준 1970년대 천주교 민주화운동의 다양한 면모를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조망한다.
이 시기 천주교 민주화운동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된 중남미 가톨릭교회의 해방운동, 1970년대 초반 필리핀의 민주화 운동, 냉전 시기 동유럽 가톨릭 국가들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운동 등이 같은 범주에 든다. 특별히 한국의 천주교민주화운동은 거의 동일한 주체들이 20년 이상 운동을 지속했다는 점에서 유일하다.
총 3부로 나눠진 책은 ‘6.25 전쟁과 교세 성장’에서부터 시작해서 1부에서는 사회 참여 의식의 태동과 성장을 2부와 3부에서는 교회의 민중 현실 자각과 반독재운동 시작, 교회와 유신 정권의 정면 대결 등을 각각 다룬다. 그간의 1970년대 천주교 민주화운동이 한국 천주교회사의 일부로만 다뤄지거나, 전체 민주화 운동사의 부문으로만 다뤄지며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에 비해 이번 책은 이 시기 천주교 민주화 운동에 대한 최초의 통사적 접근이라는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우리신학연구소 필자들은 3년에 걸친 프로젝트 연구 작업 속에서 그동안 존재를 알지 못했던 해외교회 문서와 정부 미공개 문서, 교회의 미발굴 문서와 당시 활동가들의 구술 증언을 폭넓게 발굴하고 수집했다. 덕분에 1970년대 천주교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모든 주체의 활약상이 입체적이고 구체적으로 복원됐다.
책에서는 1970년대 처 원주교구의 부정부패 추방 운동에서 출발해 지학순 주교 구속과 석방으로 정점에 이른 1975년까지를 전반기로 봤다. 이어서 긴급조치 9호 발령으로 민주화운동 진영 전체가 침묵을 강요당할 때 원주선언과 3·1명동구국선언으로 민주화 운동의 불꽃을 재점화한 1976년부터 1979년 말까지를 후반기로 구분했다. 그리고 시기별로 운동의 전개 과정과 특징을 구체적으로 담아내면서 1970년대 천주교 민주화운동의 여정을 역사적 상황과 사건의 맥락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서술했다. 사건의 인과관계와 운동 주체 간 연계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천주교 내의 다양한 운동 주체와 해당 시기 천주교가 참여한 민주화운동의 영역 전체를 고루 드러낸 특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