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하는 인간」…희년 살아가는 신앙인 위한 희망 메시지

(가톨릭신문)

2015년 설립된 독일 슈튜트가르트의 ‘희망의 집’은 지역 성매매 여성들에게 치료적 도움과 상담을 제공하는 곳이다. 슈튜트가르트는 독일에서 가장 성매매가 활발한 곳으로, 경찰 추산 4000여 명의 여성이 성매매에 종사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빌비르그 로스루커는 오스트리아에서 수석 조산원으로 15년간 일하다가, 안정된 직장과 좋은 보수를 포기하고 사회 변방의 사람들과 관련된 일을 하기 위해 왔다. 그녀가 보살피는 여성들은 성매매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경우가 드물다. 다른 세상으로 옮겨가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고, 많은 여성이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럼에도 빌비르그는 ‘희망’한다. 포기하지 않고 이곳의 여성들과 함께 견딘다.


“분명한 한 가지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어린이와 청소년, 삶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 그리고 삶의 마지막에 와있는 사람에게조차 희망은 필요하다… 세상은 희망하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내일을 만들기 위해’ 오늘 출발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12쪽)


희망과 믿음의 연관성에 대한 ‘희망 운동’을 전개하는 저자는 빌비르그 로스루커 등  희망을 나누고 연대하는 인물과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어떻게 이 세상에서 희망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 또 어떻게 희망의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목사이자 저널리스트, 작가로 활동하는 그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게 하는 현대 세계의 위기와 이슈들을 현실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여러 각도에서 희망의 담론을 조명한다. 또 희망을 얘기하는 운동가로서 사회 현상을 그리스도교 신앙에 비추어 보고, ‘하느님은 살아계시다’라는 믿음과 궁극적 희망을 제시한다. 이를 토대로 지금 여기서 참된 희망을 살아가고, 아울러 희망을 전하는 사람으로 거듭나도록 초대한다. 올해 희망의 순례자로 희년을 살아가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삶의 현장에서 어떻게 희망을 지니고 실천하며 살아야 할지 일깨우는 부분이다.


그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많은 결정이 분명해진다’고 역설한다. “사람들이 사고로 바다에 빠져 죽게 내버려두지 말자. 노숙인들이 도망가다가 얼어 죽게 내버려두지 말자. 이방인을 문밖에 세워두지 말고 안으로 들이자. 장애나 제약이 있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죽게 내버려두지 말자. 이것이 인류의 계명이자 하느님의 계명이며, 희망의 계명이다.”(222쪽)


이런 그의 외침은 조금만 고개를 돌려보면 그늘에 가려진 가난한 이들이 보이는 현실에서, 이민자들이 추방당하고, 권력을 가진 자의 주장에 불의가 정당화되는 세태에서  무력해진 듯한 심정에 희망의 불씨를 지핀다.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희망의 하느님을 신뢰하며 날마다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이다. 희망하는 인간은 늘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이다”(183쪽)라는 격려도 새롭다. 


교파를 초월해 보편적으로 그리스도교적 희망을 나누고 연대하는 의미를 주는 책이다. 특별히 사회교리와 연결해 세상 안에 그리스도인의 소명을 살아가도록 도움을 준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