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수놓는 다채로운 종교음악회 ‘풍성’

(가톨릭신문)

죽은 자를 위한 미사곡 레퀴엠부터 성경 속 장면을 묘사한 오라토리오까지 다양한 종교음악 연주회가 3월을 수놓는다.


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합창단 등의 연주로 베르디 <레퀴엠>이 무대에 오른다. 베르디가 남긴 최대 규모의 종교음악으로 그와 가깝게 지내던 오페라의 선구자 로시니와 이탈리아 대문호 알레산드로 만초니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지은 곡이다.


인간의 숙명에 대해 노래하는 이 곡은 ‘레퀴엠’, ‘진노의 날’, ‘봉헌송’, ‘거룩하시도다’, ‘하느님의 어린 양’, ‘영원의 빛’, ‘구원해주소서’ 등 총 7곡으로 구성됐다. “영원한 안식을 저들에게 주소서, 그리하여 영원한 빛이 저들에게 빛나길”이라는 가사의 ‘레퀴엠’, “진노의 날, 온 천지가 잿더미가 되는 그날” 등을 담은 ‘진노의 날’ 등을 지나 하느님의 구원을 갈망하는 마지막 곡 ‘구원해주소서’에 이르러 마음의 안식과 평화에 닿는다.



21일에는 부천시립합창단이 부천아트센터에서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를 선보인다. 하이든의 역작으로 꼽히는 이 곡은 헨델의 <메시아>, 멘델스존의 <엘리야>와 함께 세계 3대 오라토리오로 꼽힌다.


<메시아>를 듣고 크게 감동한 하이든이 60대 중반의 나이에 하느님에게 무릎 꿇고 간청한 끝에 완성했다고 알려졌다. 하이든 일생의 신앙과 그에 따른 고백에 기반한 곡으로 가사는 영국의 시인 리들레이가 구약의 창세기와 존 밀턴의 「실낙원」을 바탕으로 완성한 대본을 사용했다.


천지가 창조되는 과정을 그린 1일부터 4일의 제1부와, 자연과 인간의 탄생을 나타낸 5~6일의 제2부, 낙원에서의 아담과 하와의 모습을 담은 7일 제3부 등 총 3부로 이뤄졌다.



이어 29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헨델의 오라토리오 <시간과 깨달음의 승리>가 연주된다.


헨델의 첫 오라토리오이기도 한 이 곡은 이탈리아 추기경이자 예술 분야 후원자였던 팜필리 추기경의 대본에 헨델이 곡을 붙여 완성했다. 의인화된 주인공 아름다움과 기쁨, 시간, 깨달음 등이 등장해 윤리적 논쟁을 벌이며, 아름다움이 내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그렸다.


이 때문에 다수 음악학자들은 이 작품이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를 주제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교회는 ‘회심’을 강조했는데 팜필리 추기경 역시 마리아 막달레나의 회개 등을 담은 <은총의 승리> 등의 대본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고음악 분야의 저명한 지휘자 르네 야콥스가 지휘봉을 잡으며 B''ROCK 오케스트라와 소프라노 임선혜(아녜스) 등이 출연한다.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