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추천 도서] 고통 속에서도 ‘구원의 희망’ 묵상하도록 이끌어

(가톨릭신문)

사순 시기가 돌아왔다.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면서 회개와 보속으로 주님 부활의 희망을 기다리는 시기다. 특별히 올해 희년을 맞아 희망의 순례자인 우리가 사순 시기를 더욱 뜻깊게 보내는 데 도움이 될 책과 함께하면 어떨까.



「나를 구하시지 않는 하느님」


어찌 보면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십자가는 외형적으로 친숙하다. 집안에는 십자고상이 걸려있고, 십자가 목걸이 등 액세서리로 예수님을 따르고 있음을 드러낸다. 하지만 예수님이 매달려 돌아가신 십자가 고통 안에 숨겨진 지혜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우리가 받은 상처가 어떻게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 상처와 연결되며,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이 어떻게 우리 죄를 씻어주는지 등을 제대로 답할 수 있을까.

헨리 나우웬 이후 대표적인 영성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저자 로널드 롤하이저 신부가 이 책을 통해 역설하는 것은, ‘가톨릭교회의 구원론은 하느님은 고통을 없애 주시는 분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 구원의 열매를 맺게 해 주시는 분이심을 이해하는 데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사실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도 고통에서 구조받지 못하셨다. 롤하이저 신부는 “하느님이 예수님을 굴욕과 고통, 죽음에서 면제해 주시지 않은 것처럼, 예수님도 고통을 면제해 주시지 않는다”면서 “십자가와 예수님의 부활은  ‘구조’ 하시는 하느님이 아니라 ‘구원’ 하시는 하느님을 보여준다”고 밝힌다.  또 “예수님의 십자가는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보여 주고,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앞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하느님의 가장 명확한 계시”라며 “하느님의 모든 가르침이 십자가 안에 응축돼 있다”고 들려준다. 

무력해 보이기까지 하는 예수님의 수난은 오히려 예수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풍성한 은총으로 이어졌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제자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는 우리에게 가해지는 고통 속에서도 인간의 이성으로 감히 이해할 수 없는 부활의 신비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아울러 새로운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의 은총을 위해 고통이라는 좁은 길을 헤집어 나갈 수 있을 때 우리를 해방해 주시는 구원을 마주할 수 있음을 일깨운다. 

이 책은 특별히 ‘희망의 순례자들’을 주제로 한 희년을 지내는 시점에서, 고통 속에서도 희망으로 우리를 이끄시는 하느님의 은총을 더 잘 이해하도록 한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는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라는 책의 메시지가, 교황님 회칙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의 권고와도 겹치며 희망의 순례자로 살아갈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라며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는 사순 시기에 더 많은 분께 가닿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순, 희망의 시간」


「사순, 희망의 시간」은 2025년 희년을 맞으며 준비된 사순 묵상서다. 재의 수요일부터 날마다의 기도를 다섯 단계로 나누어 제시하는데, 먼저 사순 시기 전례의 화답송 시편으로 기도를 준비하고, 주님이 직접 주시는 말씀을 경청하도록 한다. 


시편에서 말씀을 뽑은 이유는, 시편이 하느님 나라를 향해 가는 순례자에게 가장 탁월한 기도이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우리 삶에 은총을 청하는 기도를 드린 뒤에 기도와 단식·나눔을 실천하고, 매일 주신 말씀을 토대로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기도 단계를 시작하기에 앞서 ‘사순 시기’, ‘단식의 이유와 방법’, ‘금육재’ 등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수록했다. 

책은 시편과 전례로 자양분을 얻고,  묵상을 통해 사순 시기를 더욱 희망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말씀 안에서 부활의 기쁨을 준비하도록 돕는 자료로도 유익하다. 사순 시기를 의미 있게 보내고 싶은 개인 또는 그룹에서 모두 활용할 수 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