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이호찬(34·요한 사도)이 최근 음반 ‘이른 봄에(In Early Spring)’를 발매했다. 그리그, 슈베르트, 슈만, 브람스, 말러 등의 가곡을 아름다운 첼로 선율로 들려준다. 이번 음반이 누군가에게 위로와 안식이 되기를 바란다는 그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무엇보다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반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화려한 기악곡이 아닌 가곡들을 고르게 됐죠. 추운 겨울을 보내고 새싹을 틔우는 봄에 어울리는 따뜻한 곡들로요. 마지막 곡인 슈베르트의 <그대는 나의 안식(DubistdieRuh)>은 사랑하는 사람과 기쁨과 슬픔 등 모든 것을 공유하고 그로부터 평화와 안식을 찾는 노래로 특히 추천하고 싶어요. 또 이번 음반은 친한 친구이자 작곡가인 손일훈(마르첼리노) 씨와 함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어요.”
‘사람들과 편히, 나눌 수 있는 음악’. 초등학교 1학년 무렵 첼로를 시작해 예원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독일 함부르크 유학을 거쳐 그가 계속해서 달려온 이유다. 최근에는 다양한 앙상블 활동으로 후배 연주자들과 함께하는 무대에 집중하고 있다.
“혼자서 빛나는 연주도 좋지만 동료들과 함께 소리를 만드는 기쁨도 대단히 커요. 지금까지 선생님과 선배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거든요. 이제 그 고마움을 동료와 후배들에게 나누려는 거죠. 다양한 연주자에게 기회가 돌아가야 클래식 시장이 오래 지속될 수 있을 테니까요. 서로 알지 못했던 연주자들이 저로 인해 접점이 생기고 함께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여러 연주 일정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이지만 사회적 소외 계층을 위한 연주에도 적극 참여한다. 오래전, 긴 시간 동안 병원에 지내며 만난 아이들은 그의 마음에 흔적을 남겼다.
“20대 시절 큰 수술을 네 차례나 받았어요. 친구들을 보면 목표를 향해 쭉쭉 달려 나가는데, 혼자만 정체된 듯해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병원에 있으면서 우연히 로비에서 열린 연주회를 봤어요. 형언할 수 없는 위로를 받았죠. 그래서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가서 연주하고 싶어요. 아주 가까이 있는 관객들과 눈빛을 주고받을 때 큰 감동과 마음에 평화가 찾아와요. 저 스스로를 위한 연주이기도 하죠.”
연주자로서 음악에 치유를 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음악으로 인해 지치는 날도 있다. 또한 세상일이 그렇듯, 좋은 의도를 지녔다고 해서 모두가 그대로 이해하고 알아주지는 않는다. 자신의 뜻과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들이 상처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는 주저앉지 않고 일어선다.
“당장은 힘들더라도 결국에는 이 고난이 저를 더 단단히 만들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요. 할머니를 따라 모태 신앙으로 성당을 다녔는데 제게 신앙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 넘어지는 순간에 의지할 버팀목이 있으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거죠.”
그의 바람은 좋은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연주자로 계속 성장하는 것. 예전에는 ‘실수하지 말아야지’, ‘잘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무대에 올랐다면, 지금은 더 많은 고민을 안고 있다.
“음악에 더 빠져들어 좋은 음악을 완성시키고 싶어요. 더 나아가 관객들에게 감동을 드리고 싶은 것이 유일한 희망사항이죠. 나누고 싶은 음악이 많아요. 좋았던 시간들, 힘들었던 시간들이 모두 차곡차곡 쌓여서 제 안에서 음악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음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