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교부들의 삶과 신양 이야기 「홀로 계신 분께 홀로」

(가톨릭신문)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렇게 해야 하는가?”, “저렇게 해야 하는가?”


일상 안에서 삶의 전환점마다 우리를 따라붙는 이 물음을 영성가 토마스 머튼 신부는 초기 그리스도교 사막 교부의 목소리로 되살린다. 책은 그들의 단순하면서도 깊은 삶을 통해 오늘의 우리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세상에서 태어났으나 하느님과 하나 되기 위해 세상을 버린 이들은, 고독과 절제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질문했고, 나름의 답을 찾아갔다.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시대와 문화가 달라져도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한 신앙적 통찰이다.


사막 교부들을 폭넓게 읽고 연구한 머튼 신부에게 그들은 ‘특별한 기쁨’이었다고 한다. 그는 「교부들의 금언집」을 즐겨 읽으며, 공동생활을 하는 수도자들에게 강의와 나눔을 통해 그 내용을 자주 전했다. 머튼 신부는 사막 교부들의 금언이 결국 우리가 품는 삶의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라고 말한다.


머튼 신부는 박해 시대에서 오리게네스 논쟁을 거쳐 동방 수도 전통이 서방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짚는다. 성 안토니우스, 성 파코미우스, 성 바실리우스, 요한 카시아누스 등 주요 인물들의 삶과 가르침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며 공동 규칙의 필요, 자만과 시기의 경계, 마음으로 하는 순종 같은 주제들을 제시한다.


당시는 아직 수도 생활이 완전히 체계화되지 않은 시기여서 수도승들은 자기 나름의 판단으로 그릇된 길에 빠질 위험성이 있었다. 수도원과 규범은 이러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세워졌다. 사막 교부의 가장 큰 관심은 하느님을 찾고, 구원을 얻는 것이었다. 사막에서 가장 흔한 인사말조차 ‘소테이스(Sotheis)’, 곧 ‘구원을 빕니다’였다.


하지만 노동이나 단식에 집착하고, 오만으로 수도원 규칙을 어기는 이들은 마음이 깨끗하지 못했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려내지 못했다. 머튼 신부는 “그런 이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분별’”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사막 교부들이 그리스도교 전통과 성경 말씀을 기준으로 옳고 그른 것을 분별했듯이 우리도 기준을 찾아야 함을 역설한다.


사막 수도승의 삶은 끊임없이 자신을 경계하면서도 동시에 하느님 은총 안에서 자신과 화해하는 길이었다. 책은 그들의 가르침과 실제 생활을 통해 독자가 깨달음을 얻고, 때로는 반면교사의 교훈도 얻을 수 있도록 이끈다.

“그대의 신앙이 굳건하다면, 그대는 굶주림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단식 후에 수척해진 몸으로 맨바닥에 팔다리가 멍들까 두려워합니까?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그대의 머리이십니다.”(114~115쪽)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